[태화강]출사표(出師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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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출사표(出師表)
  • 경상일보
  • 승인 2022.04.0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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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재상 제갈량(諸葛亮)은 위나라를 정벌하고자 유비의 뒤를 이은 황제 유선에게 나라에 대한 걱정과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최고의 이름난 표문으로 올렸는데, 이름하여 제갈량의 출사표이다. 일반적으로 ‘출병할 때에 그 뜻을 적어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출사표라 하였지만, 제갈량의 출사표가 워낙 유명했기에 달리 설명이 없으면 제갈량의 출사표를 일컫는 말로 회자하곤 한다.

흔히 ‘공명의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요, 이밀(李密)의 진정표(陳情表)를 읽고 울지 않는 사람은 효자가 아니다.’라고 일컬을 정도로 명문에 속한다.

제갈량의 출사표는 5개의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에는 유비의 창업과 붕어, 그리고 국가의 위기상황을 얘기하고, 이어서 법치에 있어 상벌이 분명하고 공평해야 하며, 사사로움과 편견을 멀리하고, 세 번째로는 충신과 인재의 등용에 대하여, 그리고 선제의 삼고초려와 자신의 충성, 마지막으로는 출전에 임하는 자세와 다짐을 진정성 있게 그려내었다.

다시 선거가 시작되고 있다. 대선에 이어 이번에는 6·1 지방선거이다. 시·도지사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및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7명, 교육감 17명, 교육의원(제주) 5명 등 모두 4016명을 선출한다. 평균 경쟁률 2.3~3.2대 1을 감안하면 전국에서 약 1만 명 이상의 후보자가 등록, 경쟁을 펼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언론에 끊임없이 ‘출사표를 던지다’라는 기사가 뜬다. 후보자가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왜 출사표를 던지는가. 누구에게 던지는가. 출사표의 진정한 의미를 잘 안다면 그 출사표를 던진다기보다는 국민에게, 유권자에게 제시하거나 바친다는 표현이 더 온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전에도 관용구로 ‘출사표를 던지다’라는 표현이 올라있고, 이는 ‘큰 시합이나 선거에 용감히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히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에랴.

출사표란 것이 전쟁에 임하면서 임금에게 결의를 나타내는 표문인데, 선거도 하나의 전쟁이라면 그럴 것이다. 다만 임금에게 올리는 표문이 아니라 국민에게 올리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들의 출사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는 출사표의 내용은, 지난 대선 때는 국민통합, 공정, 정의, 상식, 법치, 변화, 희망, 미래, 복지, 평화, 부동산 안정, 에너지 정책, 일자리, 부패척결, 권력축소, 세대교체, 권력교체, 독주견제 등의 구호들이 등장하였다면, 이번 지방선거에 즈음해서는 지역발전, 지역의 역점사업 추진, 지역홀대론, 신산업개발, 투자유치, 기업유치, 신공항건설, 신도시개발, 도로신설, 산업단지 개발, 기관이전, 부동산개발, 규제완화와 같은 키워드가 등장하고 있다.

출사표에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생각, 기본방향, 핵심정책이 담겨 있어야 한다. 사실 출마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동기가 스토리상으로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유권자에게 그다지 잘 와닿지는 않는 면도 있다. 또한, 전임자가 하는 일이 마땅치 않아서 내가 해야 한다는 부류의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만 있으면 뜬구름 잡는다는 소릴 듣기 십상이다. 구호의 상징성과 함축성, 그리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신뢰성이 핵심이겠다. 더하여 때로는 핫이슈의 선점, 현재 지역의 중심이 되는 이슈가 무엇인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방향과 정책을 제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제갈공명의 출사표에 버금가는, 유권자의 심금을 울리는 출사표를 기대한다. 물론 당선 후 출사표의 이행은 당연히 이루어져야겠지만 말이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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