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해바라기는 누가 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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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해바라기는 누가 심을까요?
  • 경상일보
  • 승인 2022.04.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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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흑토지대에 밀과 해바라기가 나는 ‘유럽의 식량창고’라고 들었다. 밀밭과 해바라기 밭으로 온통인 우크라이나, 올해는 심을 사람도 가꿀 사람도 없다. 가도 가도 노오란 해바라기 꽃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영화 ‘해바라기’로 한 동안 가슴앓이를 했었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지오반나(소피아 로렌)의 사랑이 파괴되는 슬픈 영화다. 전쟁이 끝나고 기차역에서 돌아온 남편을 보지만 그를 두고 돌아선다. 떠나는 열차에 올라 오열하는 장면에 나도 통곡한다. 참 고약한 신들의 심술이다. 2차 세계대전이 나자 시베리아로 징집돼 간 남편은 생명을 구해 준 러시아 여인과 딸까지 낳았단다. 어찌 하면 좋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묻혔던 그 해바라기 밭에 또 다시 주검들이 쌓이고 있다. 단지 어느 미친놈의 헛된 욕심 때문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다. 당장에 유가가 요동을 쳤고 곡가가 올라 자동차와 밥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아관파천(俄館播遷)’이라고 있었다. 쪽팔리는 일이었다. 1896년 2월11일부터 약 1년 정도 왕과 세자가 야반도주하듯이 일본의 위협을 피해 러시아의 공사관으로 옮겨 거처한 일이다.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기고만장하여 1895년, 을미사변을 일으켰다. 바로 명성왕후 시해 사건이다. 을미사변 이후 왕은 놀라고 무서워 잠 못 들었던 것이다. 이 이후로 러·일전쟁으로 이어진다.

러시아는 부동항이 필요했고 동해와 태평양을 지배하고 싶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하여 영국해군이 거문도에 진을 쳤다. 여수에서 남서로 태풍이 올라오는 경로를 거꾸로 두어 시간을 내려가면 한바다에 큰 섬, 거문도가 있다. 영국은 러시아 해군의 동태를 감시하고 유사시 러시아 함대의 남하를 막기 위한 일종의 중간 보급 기지 및 해안포 진지로서 거문도를 골라 점령한 것이다. 이때가 1885년 4월27일, 조·러 수호 조약이 체결되고 나서였다.

6·25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마오쩌둥과 소련 스탈린의 승인 하에 김일성이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새벽 4시에 남침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한국군 60여만 명이 전쟁 중에 사망하였고, 전체 참전국의 사망자를 모두 합하면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수많은 민간인이 죽었고 전쟁고아는 떼거지 같았다. 천만이 넘는 이산가족은 여전히 눈을 감지 못하고 죽어간다. 러시아는 연해주에 정착한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열차에서 많이도 얼어 죽었다. 가까이는 1983년에 KAL 007편을 격추시켜 민간인 269명을 시신도 찾지 못하게 만든 것들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일이다. 안 좋은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둘러싼 것은 강대국들이다. 러시아나 중국, 일본이 다시 침략하는 것은 우리가 약할 때다. 미래에 써 먹을 ‘거북선’을 만들어야 한다. 항모나 핵잠일 지도 모르겠다. 한반도가 공격을 받으면 어찌될까? 황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크라이나가 침략당하고 있지 않는가? 소설가 이원호의 ‘2014’는 백령도 근해에서 시작되는 한반도의 전쟁소설이다. ‘소설을 쓰고 있네’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다. 소설은 그럴 듯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해방이 되고 6·25가 터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피를 흘려주었고 먹고 살게 도와주었다. 고아들을 데려다 길렀다. 그래서 견뎌낸 것이다. 이제 갚아야 한다. 파괴된 우크라이나를 복구하려면 사회 기반시설의 건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어려울 때 못 본체 하다가 나중에 일을 달라하는 것은 염치없다. 기업은 할 일이 보일 것이다. 난민을 받아 일꾼으로 쓸 수도 있겠다. 우리 시민들이 할 일이 무엇일까? 모금을 하고 구호금품을 보낼 일이다. 쓰라린 가슴을 보듬어 줄 예술도 좋겠다.

하여튼 4월에 들었다. 봄날이다. 봄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겠지만 두보(杜甫)의 시(詩) ‘이백(李白)을 생각하며(春日憶李白; 춘일억이백)’처럼, 좋은 사람들과 ‘언제 술 한 잔 할 날이(何時一樽酒)’ 오려나….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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