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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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 경상일보
  • 승인 2022.04.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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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민 남목초 교사

고등어가 밥상 위에 올랐다. 바다에서 펄떡펄떡 물살을 헤치며 나르던 고등어를 누가 내 밥상 위로 옮겨왔을까?

우리나라의 이주어선원, 그러니까 타 국가에서 우리나라로 와 어선업을 하는 사람의 수는 2만6775명이다. 2020년 말 기준이니 지금도 그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 국적 배에서 일하는 선원의 수가 6만340명이라고 하니 한국 국적의 배에서 일하는 선원 중 거의 반이 이주노동자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많은 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받는 대접은 그리 좋지 않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바다 위 동실동실 떠다니는 배는 참으로 외롭고도 고독한 공간이다. 사회에서 벗어나 홀로 고립된 공간은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공고한 성과 같은 존재이다. 그 공간 속에서 이주어선원들은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착취당하고 있다. 물론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합당한 임금을 받는 선원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원도 분명 있다. 24시간 중 18시간을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고, 한국 선원들이 받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으며 폭언과 폭행을 견디는 선원들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어촌인구는 1990년에 비해 약 78%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일시기 한국의 어업생산량은 오히려 1.3배 증가했다. 이주어선원들의 역할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온 이주어선원들은 적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인 선원은 최저 월 223만원을 보장받고, 어획량이 많을수록 추가수당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공익법센터 ‘어필’의 조사에 따르면 이주어선원이 4년간 일하고 36만원만을 받은 일도 있다고 한다. 또한 배 위에서의 생활도 한국인 선원과 차별되어 한국인 선원 3~4명이 화장실 하나를 이용할 때, 이주어선원은 13~14명이 화장실 하나를 같이 써야 하고, 한국인 선원들이 생수를 마실 때, 이주어선원은 바닷물을 담수화한 물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먼 나라에 와 힘들게 일하지만, 생활에서부터 임금까지 모든 것에서 차별받는 것이다. 혹자는 당연하다고 이야기한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과 같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당연한 일은 없다. 바다에 있던 고등어가 바다에서 걸어와 우리 집 문을 두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이, 또는 누군가의 피와 땀이 서린 노동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그의 노동에 마땅한 비용을 지불하였으면 한다. 우리와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김보민 남목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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