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차라리 가해자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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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차라리 가해자가 낫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4.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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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희 울산남부경찰서 무거지구대 경장

새로운 봄 그리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의 걱정 또한 시작된다. 바로 부모들이 만연하게 가지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걱정, 그 피해자가 나의 자식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필자의 기고문의 제목 ‘가해자가 낫다’는 말도 이런 걱정에서 시작됐다.

이 제목은 필자가 출동을 하며 겪은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의 말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아마도 정말로 자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아닌 피해학생이 겪은 끔찍한 트라우마가 삶에 남아 잊을 수 없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훗날 사회를 이끌어갈 성인이 되기까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최악으로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반면 가해학생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아무런 제재없이 당당히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 또한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특히 학교는 사회의 작은 거울이기에 학교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사회에 반영될 확률은 매우 높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행동들이 학교폭력으로 정의되며 우리사회는 어떠한 제도들이 마련돼 있을까.

단지 신체에 폭력을 가하는 행동만이 학교폭력이라 생각되지만 정신적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동도 당연 학교폭력이라 일컫을 수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학교폭력에 대해 규정을 보면 학교폭력은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폭행, 감금, 협박, 모욕, 성폭력, 따돌림 및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위 등을 정의하고 있다.

특히 자신은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고 해도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장난이 아니라고 느끼면 모두 폭력이 될 수 있고 때리거나 치고 지나가거나 미는 행동, 발로 차고 침을 뱉는 행동, 돈이나 물건을 빼앗고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 행동, 욕을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시키는 행동, 약점을 잡아 놀리거나 괴롭히는 행동, 일부러 무시하거나 나쁜 말을 퍼뜨리는 행동, 급식을 혼자 먹게 하거나 모둠활동에서 따돌리는 행동 등도 모두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학교폭력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 틱톡이라는 SNS에서는 신규회원 유치를 위해 기존 회원이 소개(추천인 코드입력)해 신규회원을 가입시키고 영상을 시청하면 현금을 주는 이벤트를 이용해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강요하는 등의 행동이 새로운 학교폭력 범죄로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학교폭력 예방 및 피해회복을 위해 경찰에서는 117학교폭력 신고전화와 학교전담경찰관 제도 등 학생들이 상담 및 신고할 수 있도록 예방제도가 시행중이다.

무조건적 처벌이 아닌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간 관계를 개선하는 ‘회복적 경찰활동’ 제도, 가해자의 보복으로부터 보호하는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등도 학교폭력 피해 회복을 위한 대책들로 시행 중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제도들이 정착하고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우리 경찰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에서도 적극적인 홍보와 비밀유지 등 현재보다 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필자는 학교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에 대한 고민을 누군가에 말할 수 있는’ ‘용기’와 ‘피해자가 이러한 용기를 내비쳤을 때’ 이를 절대 간과하지 않고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용기’가 우리 사회에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움을 청할 용기와 그 도움을 간과하지 않는 용기는 학교폭력과 같이 이 사회의 그림자에 숨어 드러나지 않는 범죄에도 절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피해학생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숨을 필요가 없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손을 내밀어라. 그 손은 우리가 반드시 잡아 줄테니.

윤성희 울산남부경찰서 무거지구대 경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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