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동시대의 미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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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동시대의 미술시장
  • 경상일보
  • 승인 2022.04.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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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

경제의 목적은 경세제민(經世濟民)이다. 즉, 부의 균형적 분배와 함께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소비를 활성화하여 개개인의 윤택한 삶을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함께 근대경제의 역사 250여 년 동안 우리는 다양한 경제 시스템을 시도했다. 고전적자유주의, 사회주의, 케인즈니즘, 신자유주의 등,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우리 사회는 발전해왔다. 모든 사회제도가 완벽하지는 않다. 1980년대 시작된 신자유주의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과거 보다 윤택한 삶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경제시스템의 발전과정은 정부가 어떻게 시장에 개입하며 그 공공적 역할을 할 것이냐에 대한 실험들이었다. 이러한 시도들은 경제를 위한 다양한 관습법, 성문법의 제도를 만들어낸다.

자! 이제 미술시장으로 논제를 이동해 보자. 요 근래 한국의 현대 미술시장은 초 호황기를 겪고 있다. 아트페어들은 연일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하고 있으며 많은 해외화랑들이 한국에 지점을 오픈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시대의 신매체인 NFT아트는 비트코인과 연계되어 날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나만 소외될 것 같은 조바심조차 들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현 미술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미술작품을 사고파는 거래 행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다.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고 나만이 향유하고픈 욕구는 인간이면 누구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시작되면서 현대 미술시장에는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금융기업 즉, 은행이나 금융투자사, 심지어 헤지펀드까지 미술 시장에 들어와 작품들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예술은 더 이상 향유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 된 것이다. 금융화(financialisation) 즉 선물, 채권, 증권과 같이 예술이 금융자본의 투자 상품화가 된 것이다. 아트펀드라는 금융상품도 이 시기 탄생하고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동시에 “언제 팔아야 되나요?” 라는 질문을 시작한다.

예술작품이 금융자본의 투자대상이 된 것을 꼭 나쁘게 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예술가의 창작적 역량을 물질 자본으로 보상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장되는 것은 미술 생태계 활성화에 긍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일부 자본권력의 개입에 의해 미술시장이 교란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한다는 것이다. 예술이 자본의 하위로 포지셔닝되는 순간 예술의 근본적인 역할과 의미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경제계는 경세제민의 목적을 위해 약 250년의 기간 동안 경제호황과 불황 심지어 대공황까지 경험하며 다양한 규범과 제도를 시도하고 정비해왔다. 그러나 미술의 금융경제화의 역사는 길게 잡아야 30년 정도의 밖에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짧은 역사 때문에 미술시장에는 아무런 규범이나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반 경제계에서는 불법인 독과점, 내부자거래, 작전거래 등이 미술시장에서는 제약 없이 가능하다. 작가가 자기작업을 옥션에 출품하고 스스로 레이스하여 고점의 가격에 작품 낙찰을 시도해도 아무런 법적 문제기 제기되지 않는다. 일부 자본권력에 의한 인위적 작품가격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은 작은 규모의 미술시장은 이런 시장 개입이 더욱더 용이하다. 이로 말미암아 예술작품의 미학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간의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동시대는 물질적 가치에서 정신적 가치로 전환되는 시대이다. 예술은 우리 삶의 기본 공공재가 되었으며 예술시장은 전지구적인 온라인의 장과 비트코인의 결합을 통해 보다 용이한 환금성(현금전환)을 획득하고 있다. 다양한 필연으로 향후 미술시장은 더욱더 확장되고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현상에서 과도기가 있기 마련이다. 동시대의 미술시장은 과열되고 있고 거품은 곧 터질 것이다. 이런 때 일수록 올바른 가치관과 관점으로 미술작품과 시장을 냉정하게 바로 볼 때이다. 예술은 결코 자본의 하위가 될 수 없으며 상위 혹은 동등하게 그 위치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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