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1일 금요일, 울산 남구의 장생포야구장에서 아프간 어린이 16명이 신기한 눈빛으로 야구를 배웠다. 해맑게 웃으며 먼저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름 뭐예요?”라며 말을 걸고, 자기들끼리 서로 떠들며 장난치는 모습이 영락없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어린아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날 야구교실은 울산경찰청이 주최하고 울산남구야구소프트볼협회, 현대중공업, (주)일진환경이 후원해 진행됐다. 아프간 어린이들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야구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생소한 것들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아이들은 야구를 배우듯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한국어, 한국문화 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몸으로 배우고 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대한민국 대사관, 바그람 한국병원 등에서 일하던 현지인들인데, 작년 8월 아프간 정권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으로부터 외국 정부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라클 작전’을 통해 79가구 391명을 구출해 국내로 데려왔고, 이중 29가구 158명이 울산 동구로 이주해 생활하고 있다.
한국이 분쟁지역의 외국인을 ‘특별기여자’로 규정해 대규모로 입국시킨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당시 인도적 차원에서 수행된 ‘미라클 작전’의 성공에 해외 언론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들의 한국사회 정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아프간 특별기여자와 그 가족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법규, 범죄피해 예방법, 교통안전 수칙 등을 교육하고 있으며, 학교전담경찰관(SPO)과 학교 간 핫라인을 통해 아프간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우리는 지금 여러 인종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외국인은 2017년 117만명, 2018년 124만명, 2019년 127만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였다가, 2020년 114만명, 2021년 109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감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입국 제한, 경기 침체에 따른 외국인 고용 감소 등의 영향에 기인한 것으로, 앞으로 일상회복이 이루어지면 등록외국인 수는 다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 2017~2040년’에서도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 5178만명에서 2040년 5086만명으로 감소하는 반면, 외국인 구성비는 3.3%(173만명)에서 4.5%(228만명)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외국인의 증가는 문화의 다양성으로 이어진다. 서울 대학로의 필리핀 마켓, 안산 외국인 거리, 인천 차이나타운 등을 보면 한국 속에서 그들 나름의 고유한 문화적 풍습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면 창의적인 문화가 형성될 수 있으며 저마다의 문화적 욕구 충족도 가능해진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한국에 입국한 지 7개월 남짓 되었다. 이들은 아직 한국어도 서툴고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으나, 고국에서 겪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한국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이들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존할 때 ‘미라클 작전’은 진정한 기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최영미 울산경찰청 외사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