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된 공간에서 학생 예술 동아리 ‘네모의 꿈’ 사진전이 열렸다. 겨울방학이 끝나는 개학 날에 맞추어 열린 사진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사진전이 되었다. 사진전의 주인공들은 6학년 졸업생들이다. 졸업하기 전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서로에게 값진 시간을 선물하고 있었다.
방학 중에도 학생자치 임원들과 담당 선생님이 학교 별관에 모였다. 별관 2층에는 후관으로 가는 연결통로가 있다. 도서관과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길목이지만 지나갈 때마다 동굴에 온 기분이다. 방과후교실과 이어지는 곳이기도 해서 아이들이 늘 북적대는 곳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 놀기도 했다.
‘이 공간을 아이들의 쉼터로 살려볼 수는 없을까?’ 이곳을 지날 때마다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은 고민이 짙어졌다. 각 실에서 내놓은 소파를 여기저기 가져다 놓아 약간의 쉼터 느낌을 내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쉼터로 새로 단장하기에는 학교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이곳을 6학년 아이들이 학생 참여예산으로 새롭게 꾸며보기로 한 것이다. 색이 바랜 벽면에 정성 들여 페인트칠을 하고, 전시를 하기 위한 쫄대를 달았다. 천정에는 조명등을 달아 양쪽 벽면을 비출 수 있도록 하였다. 칙칙한 갈색 바닥재도 교체하고, 베이지색의 붙박이 소파도 비치하였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빠르게 빠져나가고 싶었던 곳이 차 한잔하며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학년말 업무로 정신없이 바빴던 난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출근하다 이곳 사진 갤러리를 들러봤다. 창밖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고 아무도 없는 이곳, 조명을 켜자 낮의 아이들의 온기가 가득 느껴졌다. 아이들 작품 하나하나가 눈부셨다. 그리고, 벽면 한구석에 ‘The moment’라는 문구가 지난 한 해를 순식간에 돌아보게 하였다.
자신의 발을 거꾸로 찍어놓고 ‘여유’라는 제목을 붙여놓은 영만이의 위트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집으로 가는 길’ 전신줄이 얽히고설켜 거미줄처럼 사는 것이 복잡해 보이는 골목길은 늘 지나다니는 통학로이지만 새롭기만 하다. 그 옆으로 보이는 붉은빛 구름 사진은 ‘소원을 담은 구름’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었다. 아이들이 지은 제목 앞에 나는 또 한 번 마음의 고개를 떨군다. 푸른 잎에 굴러떨어질 것 같은 방울을 찍은 연아의 사진 제목은 ‘여름 소리’ 라니.
‘이제 모두 이별할 시간이 되었구나!’ 후배들에게도 참 뜻깊은 일이 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곳, 사진으로 평소에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곳을 남기고 가는 6학년 아이들이 대견하기만 했다.
올해엔 전교생 모두가 이곳에 자신의 사진을 걸어보면 좋겠다. 분명 나는 또 뜻하지 않은 개연성으로 아이들의 세계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안현정 울산중앙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