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를 통해, 지난 5년간 대한민국 광역철도 예산의 94%가 수도권에 쓰였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이 정도면 수도권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때문이다. 국가예산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곳에 함부로 낭비하지 않겠다는 제도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인데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한국처럼 사람과 돈, 문화인프라가 수도권에만 집중돼 있는 나라에서 수익여부를 따지게 되면 결국 도로와 교통시설 등은 경제성이 있는 수도권에만 집중될 수밖에 없다.
1996년부터 대전시는 지방도시 최초로 노면전차(트램)를 추진해 왔지만 그동안 예타 통과를 못해 좌절됐다가 23년만인 2019년에 와서야 겨우 예타면제를 받았다. 울산시도 노면전차를 설치하겠다고 하나 현재 경제성조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지금 시작한다 해도 10년 뒤에나 타게 될 터인데 정말 울산의 도시철도, 요원하기만 하다. 대한민국 수도권 전역엔 시속 90㎞로 달리는 GTX라는 새로운 개념의 광역급행철도가 거미줄처럼 깔리지만 소위 광역시라는 지방도시에선 시속 30㎞로 달리는 노면전차조차 중앙정부가 못놓게 하니 이게 과연 균형발전인가?
일본의 경우, 일년에 거두는 국가 전체의 세금 중에서 중앙정부가 가져가는 세금이 55%쯤 된다. 나머지 45%는 지방정부가 가져간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는 전체 세금 중, 중앙정부가 가져가는 세금이 무려 80%나 된다. 지방정부의 세수는 고작 20% 정도. 5년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비율을 60대 40으로 바꾸겠다 공약했지만 나아진 것은 전혀 없다. 돈줄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꼭 쥐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자들마다 균형발전을 말했지만 장밋빛 청사진만 가득할 뿐,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말한 후보는 아무도 없다.
작년 한 해, 울산시가 중앙정부에 낸 국세가 약 20조원에 이른다. 주유소 기름값의 60% 정도가 세금인데 울산에 굴지의 정유회사가 2곳이나 있으니 그 세금들을 전부 모아서 낸 세금이 약 13조원, 그리고 중동에서 실어온 원유에 대한 관세가 6조원, 기업들의 세금 1조원 정도이니 모두 20조원인 것이다. 인구수가 비슷한 광주의 국세규모는 4조원, 대전은 5조원 정도다.
2020년 한 해, 울산의 일인당 총생산액은 6500만원으로 압도적인 전국 1위지만 일인당 개인소득은 2300만원이다. 이 금액은 서울시보다 적고 부산시보다는 고작 300만원 많을 뿐이다. 그많던 4200만원이라는 인당 총생산액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공단이 생긴 후 지난 50년 세월동안 매년 20조원 정도의 국세를 바쳐왔으니 울산시가 그동안 중앙정부에 바친 돈만 어림잡아 1000조원에 이를 것이다. 바닷가 옥토를 공단에 양보하고 온갖 종류의 공해병에 시달리며 울산은 대한민국의 발전에 그렇게 기여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편리한 도시철도는 전무하고, 복잡한 버스정류장에서 내가 탈 버스가 언제오나 목빠지게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인당 총생산액 1등은 단지 숫자놀음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런데도 핏대 세워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지역정치인 하나 없었다는 사실이 더 개탄스럽다.
이영훈 울산MBC 편성제작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