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64)]계룡산 청량사지 쌍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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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64)]계룡산 청량사지 쌍탑
  • 경상일보
  • 승인 2022.04.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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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이상보의 수필 ‘갑사로 가는 길’이 한동안 교과서에 실렸다. 눈 내리는 겨울, 동학사에서 갑사까지 가는 풍경을 그렸다. 갑사로 가는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두 탑에 얽힌 신묘한 전설이 중심 내용이다. 신라 선덕여왕 원년, 토굴에서 수도를 하고 있던 상원조사 앞에 호랑이가 나타났다. 스님은 호랑이의 목안에 걸린 비녀를 뽑아주었다. 며칠 뒤에 그에 보답하듯 호랑이는 아리따운 처녀를 물어다 놓고 갔다. 상원조사는 부부의 연을 맺기 원하는 처녀에게 함께 수도에 정진하자며 거절했다. 둘은 의남매를 맺고 불도를 닦으며 일생을 보냈다. 사람들은 후에 두 개의 불탑을 세워 그 뜻을 기렸고, 남매탑이라 불렀다.

이 전설은 전국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갑사로 가는 길을 걸어보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그러나 수필에서 보여주는 서정적인 내용과 달리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두 탑은 계룡산 삼불봉 아래, 해발 615m 등성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량사는 임진왜란 때 전각이 모두 불타고 두 탑만 남아 전하고 있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졌지만 백제계 석탑양식을 가진 칠층석탑과 오층석탑은 각각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쌍탑의 전설을 유심히 읽어 내리던 두 남자가 주거니 받거니 한다. 나라 안에서 제일 기가 센 계룡산이니 스님이나 처녀가 도를 닦아 남매가 되었지. 그렇고말고, 얼음이 불을 녹인 셈이야. 장단이 맞다. 산중호걸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계룡산 깊은 곳에는 갑사로 가는 사람, 반대편에서 올라와 동학사로 가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들을 위해 남매탑이 보이는 곳에 넓은 쉼터를 마련해 놓았다. 비탈길을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반석처럼 견고해 보인다. 상원조사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길을 나선 듯하다.

계룡팔경 중 으뜸인 남매탑 명월을 보지 못하고 산길을 내려온다. 봄 산에는 진달래가 지천이다. 서방정토에서도 진달래처럼 타는 마음을 눌러가며 오누이는 불도를 닦고 있을까?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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