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일 미국 뉴욕의 지하철에서는 괴한의 묻지마 총격으로 최소 2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최근 부산에서도 생화학전공자인 범인이 주택가에 세워둔 라바콘 안에 본인이 만든 폭발물을 설치한 뒤 원격조정해 폭발하도록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폭발물 설치 장소가 백화점 등 다중운집장소였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없었을 실로 아찔한 사건이었다.
지금 세계는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과 장기화된 경기불황, 전쟁, 식량부족, 인종·종교 간 갈등, 극심한 개인주의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그 어느 나라도 테러 위협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상황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울산은 전국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공단과 자동차·조선 등의 국가기간산업, 국제 항만인 울산항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다. 역설적으로 다른 도시들에 비해 쉽게 테러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이다.
각종 테러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법에는 치밀한 정보활동을 통한 사전예방과 신속한 대처를 통한 사후 피해확산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 국가정보원·군·경찰 등이 테러방지법 시행(2016년 6월) 이후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불만을 이유로 한 자생적 테러, 사제총기와 폭발물 범죄의 증가 등 사회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적 테러의 대처에는 한계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은 군을 제외하고는 각 시도에 설치된 경찰특공대가 유일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울산에는 전국 15개 시·도경찰청에서 창설돼 운영 중인 경찰특공대가 없다. 울산경찰청은 지난 2019년부터 정부에 경찰특공대 창설을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예산 문제 등의 이유로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울산경찰청 관할에서 발생하는 각종 테러 상황, 즉 테러의 진압, 폭발물의 탐색 및 처리, 인질, 총기 사건 등 중요범죄 등의 경우 인근 부산 경찰특공대의 지원을 받아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테러 및 재난 대처에는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특히 테러 상황에서 신속한 진압은 소중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하는 첩경이라 할 수 있다. 상징적인 예로, 2008년 160여명이 숨진 인도 ‘뭄바이 연쇄 테러사건’을 분석해보면 신속한 초기대응과 전문적인 대테러부대의 필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늦었지만 다행인 것은 올해 울산경찰청이 네 번째 경찰특공대 창설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경찰청은 울산을 포함해 강원, 충북 등 3곳의 경찰특공대 창설을 위한 소요 정원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울산경찰청은 올해 행안부로부터 소요정원안이 통과되면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쯤 경찰특공대를 창설한다는 계획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예산·정원 심의를 넘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으로 울산의 독자적인 경찰특공대 창설은 경찰의 힘만으로는 이루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태러에 태생적 한계를 지닌 울산은 테러 발생시 그 피해 또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각종 테러로부터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울산만의 경찰특공대가 창설되어야 한다.
첨언하자면 창설되는 경찰특공대는 울산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 울산지역은 석유·화학공단이 위치하고 있어 화학 관련 테러에 취약하다. 따라서 울산경찰특공대는 화학 관련 테러 및 재난 대응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둬야 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 울산경찰특공대의 창설에 앞서 정원 및 예산심사, 부지확보, 인원 선발 등 수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테러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경찰특공대 창설의 숭고한 사명을 가슴에 새기고, 울산 경찰과 112만 울산 시민들이 힘과 뜻을 모아 함께 추진한다면 특공대 창설이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창환 울산남부경찰서 경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