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헌집이 새집보다 비싼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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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헌집이 새집보다 비싼 나라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4.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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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황제나비는 3개월 동안 1500㎞를 날아 서식지로 간다. 나비처럼 사람은 주거가 필요하다. 유목민의 파오이든 정착민의 움막이든. 요즘은 주거안정의 욕망을 넘어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아파트라는 주거상품이 있다. 사람들은 주거안정을 외치면서도 계산기를 두드리며 아파트의 위치, 단지규모, 용적률, 지하철과의 거리, 학군, 임차보증금(전세금) 비율과 대출가능 금액, 세금, 재개발여부를 따진다.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주거상품 소비자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부동산 금융업자로서의 이중적 지위에 있다.

IMF 시절도 버틴 불패의 강남아파트가 선망의 대상이지만, 주거의 안정은 고대광실이 아니라 서민의 생활공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직접적으로는 실수요자를 위한 최소한의 쾌적함이 확보된 주거공간이 필요하고 이는 복지국가의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이다. 간접적으로야 가격관리로 개미처럼 돈을 모은 사람들이 주거공간을 매수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겠지만.

부동산 물가관리는 거시적으로는 통화량의 규모에, 미시적으로는 부동산에 투입되는 자금의 규모에 달렸다. 한국은행은 지급준비율의 수단으로 통화량을 관리하고, 정부는 각종 대출규제 예컨대 DSR(Dept-service Ratio,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LTV(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대출비율), DTI(Dept to Income, 총무채상환비율)를 통해 부동산에 유입되는 자금 규모를 조절한다. 집값 잡기에 조세제도를 들먹이는 것이 정당한 수단인지 의문이다. 모든 국민은 조세의 의무를 지고 있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헌법 제38조) 납세의 의무를 물가안정에 동원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도 수단이 적절하지 않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면 위헌법률이 될 것이니 말이다. 종합부동산세와 기타 세목들은 의무의 평등과 응능과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주택의 공급에 대해 살펴보자. 정부산하기관 중 LH공사는 토지와 주택의 건설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그 유래를 살펴보니, 1923년 9월 일본에 관동대지진이 일어나 많은 주택이 파괴되자 민간 재단법인인 동윤회(同潤會)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집값의 폭등이 다른 물가를 압도하자 주택을 제공하고자 1941년 5월에 동윤회를 흡수해 일본주택영단을 만들었다. 반도로 건너오면 조선총독부에서 1941년 7월 일본의 예를 따라 특수법인인 조선주택영단을 만들었고(조선주택영단령), 미군정 이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때 대한주택영단으로 개칭한 후, 1962년 대한주택공사(대한주택공사법)가 되었다. 한편 1975년 토지의 취득과 관리를 위해 토지금고가 설립되었는데 한국토지공사로 개칭되었다가 2009년 주택공사와 합병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되었다.

공공재들은 그 역할을 다 했는가? 주택공사, 주택은행, 주택복권,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등 법과 제도가 있지만 주거안정은 요원하다. 1962년 법률시행부터 60년간 매년 서민주택을 5만채 씩만 지었어도 지금은 300만 채는 되었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80%가 국가제공주택에 산다고 한다. 일본인의 경우 1941년 당시에 동경은 약 70%, 오사카는 90%가 민간업자의 셋집(賃家)에 살았다고 한다. 당시의 일본인은 집의 유무에 따라 계층이 갈라졌다. 빈민과 젊은이들에게 국가가 주거를 제공해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것이 좁아도 좋다. 지금이라도 1962년의 LH공사로 되돌려 민간공사에 손을 떼고 공공주택만 열심히 지어야 한다. 안전진단 통과를 플래카드로 거는 ‘웃픈’ 상황에 종언을 고할 때이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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