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은 부지 매입에 조급할 이유가 없다. 아직 부지 활용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앞으로 언양 일대의 교통체계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 따라서 가현산업개발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줄 필요는 없다.
옛 언양 시외버스터미널은 1986년 1월 터미널 부지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았고, 1989년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가현산업개발이 운영난으로 터미널을 폐쇄한 뒤 방치돼 왔다. 울산시는 언양공영주차장에 임시시외버스터미널을 운영하면서 터미널 이전 등을 검토했으나 2018년 1월 8개월만에 용역을 중단했다.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설 등과 연계한 새로운 교통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울주군은 2020년 10월 지방재정투자심의회를 열고 옛 언양시외버스터미널 부지와 건축물을 매입하는 안을 승인했다. 3년째 방치 중인 터미널이 도심 미관을 저해하는 만큼 부지를 매입해 공공 목적으로 개발해 언양의 랜드마크로 삼는다는 방침이었다.
울주군은 올해 175억원의 매입가를 제시했고, 가현산업개발측은 194억원을 제시했다. 가현산업개발측은 “울주군은 예산을 200억원이나 확보해놓고도 처음부터 18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175억원은 터무니 없는 금액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군은 매입 작업이 장기화되면 터미널 부지를 주민복합시설 등으로 활용하려는 울주군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울주군이 매입하려는 옛 언양터미널 부지는 그 동안 4년 이상 폐쇄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양지역 버스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입증됐다. 이런 상황에서 울주군이 굳이 옛 언양터미널 부지를 비싼 값에 구입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군은 아직도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하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울산 서부권은 울산 제2 도심으로서 앞으로 많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TX울산역을 중심으로 언양·삼남 일대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터미널 부지 구입을 유보하는 것도 대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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