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꽃·나무로 단장한 정원과 산책길,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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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꽃·나무로 단장한 정원과 산책길, 기대반 우려반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4.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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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북구가 전체 면적의 13.2%를 정원으로 조성한다. ‘정원도시’를 목표로 내건 북구가 20일 ‘정원도시 구상 및 지방정원 조성 기본 계획안’을 내놓았다. 2090㏊를 4개 구역으로 나눠 ‘가든클러스터존’ ‘커뮤티니존’ ‘역사문화존’ ‘감성힐링존’으로 가꾸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예산은 1304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의 숲정원을 표방하는 ‘연암지방정원’ 조성에 공을 들인다. 효문동주민센터~원연암마을~효문역부지 일원 34㎡의 완충녹지를 정원으로 꾸며 지방정원 등록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울산 남구는 ‘도시생태휴식공간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신정5동 비단공원, 무거동 전골공원과 진등공원, 옥동 움골공원, 삼산동 풀빛공원 등 5곳의 공원에 8억3300만원을 투입해 다년생 초화품종과 수목을 심는다. 또 두왕동에는 메타세쿼이아길을 조성하고 있다. 갈현마을회관에서 테크노산업단지까지 1.8㎞ 구간에 메타세쿼이아를 추가로 심고 경관조명과 포토존, 안내판과 편의시설을 설치한다.

꽃과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꽃도 나무도 있을 자리가 있다. 주차공간과 편의시설이 부족해서 쩔쩔매는 공공시설에 난데없이 형형색색의 꽃을 심은 꽃밭을 만들 이유는 없다. 숲이 우거진 산속에 길을 내고는 그 길섶에 가로수를 심거나 꽃밭은 만드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져 절로 빼어난 경관을 갖춘 산자락이나 물이 유려하게 흘러가는 하천가를 따라 가로수를 심어 시야를 가리는 것은 되레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일이 된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미스반데어로에(1886~1969년)는 ‘Less is more’라고 했다. ‘덜어내는 것이 곧 더하는 것’이라는 이 말은 오늘날까지도 건축미학의 대표적 지향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시공간은 단순화할수록 오히려 풍요로워진다. 좋은 자연 환경은 가장 자연스럽게 관리만 하면 된다. 도심에 생긴 여유 공간에는 많은 예산을 들여 매년 새로 심은 알록달록한 꽃밭이 아니라 오래 둘수록 품이 넉넉해지는 나무 한그루면 족할 때가 많다.

세계적 정원디자인의 경향도 자연주의로 흘러가고 있다. 자연주의 정원은 원래 그곳에 가장 잘 자라는 풀과 나무를 심는 서식처 기반의 생태 정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식물의 야생성을 고려한 식재 디자인을 지향한다. 획일적인 꽃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꽃밭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생태적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심지어 잡초라 하더라도 무조건 제거하지 않고 잡초관리 매뉴얼을 수립해서 일정 공간 내에서 스스로 생태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정원도시가 혹여 반생태적 환경조성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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