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위기를 기회로 만들 창의적 행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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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위기를 기회로 만들 창의적 행정 절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4.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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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

2017년부터 시작된 한해 만여명의 탈울산 행렬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구감소로 소비시장이 줄어들면 도시는 버티기 어렵다. 그런데도 인구감소를 막아야하고 청년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목소리들만 무성하다. ‘닥치고 일자리’가 맞지만 그 일자리를 어떻게 늘려보자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 같이 사람에 의존하는 제조업의 폭발적 성장시대가 다시 오면 걱정이 없겠지만 세계 경제구조의 트랜드는 거꾸로다.

이제는 디지털이다. 디지털경제로의 전면적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흐름을 따르지 못하면 기업은 세계시장 선점의 기회를 잃고 도시는 뒤처지게 된다. 미래 울산의 방향은 지능정보기술의 선제적 도입을 통한 기존산업의 혁신, 디지털에 기반 한 신산업 개발, 그리고 세계적 선도기업의 유치와 육성에 있다. 전통적인 제조기업이 신기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모델을 개발하고 유통할 때 여기에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발적 전환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공공이 유도하고 뒷받침을 해야 한다. 행정에 있어서 발상의 대전환이 따라야하는 것이다.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미래 행정은 곧 데이터, 공공 정보의 개방과 활용이다. 공공데이터는 창의성으로 무장한 민간의 아이디어 개발과 상업화, 기존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원료다. 영국 런던의 데이터상점(Date Store)을 통해 개발된 어플리케이션만해도 6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는 아예 ‘디지털 공화국법’을 만들어 모든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누구나 온라인으로 접속할 권리를 갖고 경제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우리 울산은 비슷한 인구의 작은 나라 유럽 에스토니아를 눈여겨 볼만 하다. 130만 인구이지만 세계적 ‘창업의 성지’로 매년 2000개의 스타트업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2600개의 행정서비스가운데 99%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정도로 행정의 대혁신을 이룬 결과다. 미래 환경을 예측하고 앞서가는 도시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들이 공개하고 있는 데이터의 양에서 하위수준이다. 서울이 7000여건, 부산과 인천이 2400여건에 이르고 있으나 울산은 1200여건에 불과하다. 데이터와 연관된 일자리 창출지는 스마트시티다. 도시 기반시설과 운영 시스템에 디지털기술을 접목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형성되고 그 편의성 때문에 인구가 유입된다. 스마트시티 구축에 앞서가고 있는 세종시에서는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차의 실증운행과 인공지능 교통신호등의 성능실험이 진행되면서 70여종의 신사업이 생겨 월평균 2500명씩 인구가 늘고 있다. 지리정보시스템 플랫폼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했던 인천은 가상의 공간에 현실의 도시를 똑같이 만들어 관광하고 쇼핑하고 시민안전을 지키는 높은 단계의 메타버스까지 준비하고 있다. 지도위에 공유숙소나 부동산매매 정보를 올려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낮은 단계의 메타버스는 아직 산업화할 분야가 많다. 간단한 예로, 울산시내 병의원의 위치와 의료진의 면면, 중고자동차 시장의 위치와 매매 목록, 각 동네 학원의 강의내용과 강사 소개 등도 맵핑을 하거나 VR(증강현실)로 만들어 헤드세트만 착용하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산업화할 수 있을 것이다.

상세정보 확보, 디자인,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이르는 과정에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며 연관된 직업군이 형성될 것이다. 울산시내 곳곳의 지하 매설물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이상 징후를 감지해 안전여부를 표시하는 플랫폼으로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일자리이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관심분야다. 지식, 영상, 서비스 산업에 기회가 있어야 청년들이 모인다. 여기에 문화의 접목이 필수다. ‘창업+문화 복합단지’ 같은 매력적인 동기가 있어야 청년의 시선을 잡을 수 있다.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젊은이들로 북적거리는 울산이 불가능하지 않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창의적인 행정 마인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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