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36)]부자유친(父子有親)의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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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反求諸己(36)]부자유친(父子有親)의 효
  • 경상일보
  • 승인 2022.04.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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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철호 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문학박사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무슨 상관” 며칠 전 신문기사에서 보았다. 길거리에서 자식을 폭행하는 엄마를 길 가던 사람들이 말렸더니 그 엄마가 한 말이란다. 귀에 생소한 말은 아니다. 살면서 한두 번은 들었을 말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친부가 12년 동안 딸을 300여 회나 성폭행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와 비슷한 사건의 경우에 피해자의 아버지가 처음에는 “내 것 내 마음대로 하는데 뭐가 잘못인가?”라고 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면 패륜이라고 한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면 형법 250조 2항 존속살해죄를 적용해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반면에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면 ‘자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이라면서 대체로 가볍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자식이 부모에게 잘못하면 엄청난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부모가 자식에게 잘못하면 자식이 뭔가 잘못한 게 있어서 그렇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모 자식 사이의 윤리에 있어서 부모의 사랑보다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효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부위자강(父爲子綱)이라고 하여, 부모가 없으면 자식이 없다고 생각하여 효는 수직적이고 일방적이며,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유교에서 오륜을 가장 먼저 정비된 내용으로 명백하게 주장한 것은 <맹자>이다. 맹자는 부자유친이라고 말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으로 대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존경과 섬김을 다하라’라는 뜻이다. 이는 수평이고 상호적이며 상대적이다. 효가 종속적 윤리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은 한(漢)나라 이래 중앙집권적·가부장적(家父長的) 통치 체제가 구축되면서부터였다.

물론 부모의 사랑은 그 실천이 본능적으로 확보되어 있으나 자식의 효도는 그만큼 철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 자식 사이의 윤리에서 부모의 사랑보다는 아들의 효도를 더욱 강조하게 된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자식에게 함부로 막 해도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비록 부모가 자식을 낳았다고 하더라도 둘의 관계는 어디까지는 동등한 인격체이다. 앞으로는 자식을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저런 부모의 기사를 보지 않았으면 싶다.

송철호 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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