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벌이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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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벌이 사라진다면
  • 경상일보
  • 승인 2022.04.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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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농협은행 공업탑 지점장

꿀은 벌이 꽃의 밀선에서 분비되는 자당을 먹었다가 토해낸 액체이다. 자당이 벌의 몸에 있는 효소에 의해 과당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점성이 있는 액체가 되며, 이를 ‘꿀’이라고 한다. 통상 벌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벌꿀’이라고 한다.

꿀은 계절을 따지지 않고 두루 먹을수 있지만, 주로 가을과 겨울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벌꿀의 효능은 매우 다양하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효능으로는 해독작용 및 피로 해소, 면역력 향상과 신경안정, 노화방지, 두통 및 감기 완화 등이 대표적인 효능이다.

꿀을 영어로 ‘honey’라고 하는데, 얼마나 꿀이 좋았으면 연인을 지칭하고 또 신혼여행을 ‘honeymoon’이라고 한다. 인간은 벌꿀을 선사시대부터 채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문자에서는 꿀벌 모양이 왕권을 상징했으며, 왕의 무덤인 피라미드에도 꿀단지를 함께 넣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는 고구려 건국 초기에 벌꿀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인간에게 원기를 북돋아 주는 꿀을 생산하는 꿀벌은 협동과 근면, 생명력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꽃의 암술과 수술 사이를 오가며 식물의 번식을 돕는 꿀벌은 곡물생산에 크게 도움을 준다.

또한 지구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생물로 식물의 번식을 위해 중요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꿀벌과 인간의 관계는 너무 오래된 나머지 이제는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되버렸다. 2019년 미국의 한 미생물기업은 뉴욕에 있는 식당들과 함께 꿀벌이 멸종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아침식사를 만들어 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꿀벌의 수정활동을 필요로 하는 오이, 완두콩 같은 작물들이 모두 빠지고, 가루받이 없이도 자라는 뿌리채소만 식탁에 올라왔다. 또한 사료로 쓰이는 작물이 줄어들어 유제품과 소고기가 전부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기상이변 등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 겨울 대한민국 전체 꿀벌농가에서 39만개의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해서 약 70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꿀벌 집단 폐사 원인으로 지난 겨울의 불규칙한 기상환경을 들고 있다. 2021년 겨울이 오기 전에 11월과 12월이 상대적으로 너무 따뜻했다. 그래서 겨울에 기온이 올라가자 착각한 벌들이 밖으로 나왔다가 얼어 죽은 것이다. 꿀벌들이 겨울을 준비하는 생리적인 리듬이 깨진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6년 미국에서는 CCD(군집붕괴장애 Colony Collapse Disorder)라는 이름으로 꿀벌의 실종을 처음으로 이슈화해서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그때부터 이러한 현상들과 보고들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아직 이러한 위기 문제를 깊게 관심을 가지거나 논의가 되고 있지 않다. 최근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를 맞으면서 영향의 크기가 커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에서는 꿀벌이 100대 농산물 생산에 71% 정도 기여를 한다고 주장하고, 꿀벌이 사라지면 29% 수준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만큼 꿀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다.

꿀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옮기는 ‘꽃가루받이’이다. 대부분의 식물이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와 씨를 맺어 자손을 퍼뜨린다. 꿀벌의 개체수가 계속 감소하면 앞으론 드론기술과 나노기술로 만들어진 수분작업용 기계벌이 날아다니는 농촌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럼 꿀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전 산업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노력과 더불어 환경을 산업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명주 농협은행 공업탑 지점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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