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의 어머니는 70대 노인이면서 저시력이며, 혈액투석을 받고 계신다. 주 3회 투석을 받기 위해 유일한 외출을 하는데 매번 장애인콜택시를 부르지 못해, 혼자 버스를 타고 병원을 찾는다. 버스 번호를 잘못 보기도 하고, 버스 앞에서 번호를 재확인 하느라, 기운이 없어 빨리 올라 타질 못하다 보니 버스타는 것이 항상 주저되고 미안하다고 한다.
얼마전 사무실로 찾아온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을 들었다. 급하게 야간에 응급실을 갔을 때, 경찰서에 가서 본인의 속상한 내용을 소명할 때 수어로 대화를 해줄 수 없는 상황에 한없이 울었다고 했다.
중증 지체장애인들은 코로나 자가진단을 위한 자가키트 구매도 쉽게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경사로 없는 계단앞에서는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 생명과 직결되는 일도 누군가의 도움없이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장애인은 우리 가까이에 있고, 장애인을 배려한다기보다는 우리 가족,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일상 생활속에 작은 것부터 돌아 보아야 한다.
대중교통 체계 개선, 저상버스 도입, 장애인콜택시 확대 등 기반 확충도 필요하지만 버스 번호판을 색깔로 변화를 주는 것, 몸이 불편해서 천천히 버스를 타고 있어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마음가짐, 간단한 표현이라도 수어로 할 수 있는 작은 정성, 법적 의무로 설치하는 장애인 편의시설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이 자주 다니는 소규모 편의점, 약국, 식당부터 이동권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가 쉽게 쓰는 표현이 장애인들에게 아픔을 주기도 한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이웃집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곤 한다’는 문장에 이상한 표현이 없나?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을 ‘지적장애가 있는’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노동개혁은 실종된 절름발이 개혁안’이라는 문장에서는 ‘절름발이’는 ‘부실한’ 등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외에도 올바르지 못한 표현으로 장애인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올바른 표현방법으로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고, 우리가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다시 한번 주변을 살펴 보자.
다른 나라는 어떠한가? 미국, 호주, 스웨덴 등은 암, 에이즈, 알콜중독, 당뇨,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 이민자 등 다양한 기준으로 장애를 분류하고 있다. 우리는 장애를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 장소, 문화에 따른 사회적이고 환경적 요소로 바라보아야 한다.
외국에 나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 불편함을 주어 언어장애로 인식될 수 있고,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주변구조가 편리하게 정리되어 있다면 장애가 불편함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장애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장애인에 대한 시선도 점차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 시민 모두가 작은 관심과 배려에서부터 하나씩 이루어 나간다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장애인 인식 개선 인터넷 교육이라도 한 번 들어보자. 생각지 못한 작은 일에서 아차 하는 마음의 변화를 느낄 것이다.
2022년 3월말 기준으로 우리시 등록 장애인은 5만1000명에 달한다. 장애인 정책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장애인과 가족의 요구에 귀 기울이면 분명히 답이 있다. 그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해나가면 될 것이다.
비록 완벽한 정책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여 다수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정책을 만들고, 그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많은 대상자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을 함께 해나가길 희망한다.
마흔두 번째 장애인의 날이 얼마전 있었다.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4월이 1년 중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어서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라고 한다. 이 날의 의미를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새겨 보고, 주변 구조의 변화로 장애인의 마음에도 봄꽃이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김효준 울산시 장애인복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