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2월5일, 연 7000건 이상 주택화재가 발생하는 국내에서 주택화재 예방에 변곡점이 될 만한 제도가 시행됐다.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라고 불리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단독주택과 일부 공동주택 의무 설치규정은 그렇게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고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법 시행 당시 국내화재 중 약 18%를 차지한 주택화재는 화재로 인한 사망자의 57%를 차지할 만큼 그 위험성이 널리 알려졌으며, 이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에 대한 중요성은 이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에 주택의 화재 취약성을 분석하고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화재경보기 설치를 추진해 2010년에 96%의 보급률을 기록했다. 30여 년의 기간 동안 지속적인 보급으로 화재 사망자의 56%가 감소하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신속하게 설치를 추진한 일본의 경우, 2008년 설치율 36%에서 2014년 80%에 도달했으며 해당 기간 동안 주택화재의 사망자가 약 12% 감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의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효과를 입증하고 있으며 설치 의무규정 시행 10년을 맞은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수치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이후 국내의 주택화재 발생건수와 사망자는 연평균 대비 각각 28%, 9.4% 감소했다. 최근 들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감지기 작동으로 인한 피해 저감 사례들은 이 제도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인명피해 발생위험성이 가장 높은 새벽시간대 화재에서 주택용 소방시설은 진가를 발휘하기에 그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울산에서는 지난 2020년 9월 집에서 자고 있던 주민이 화재경보기의 경보음 소리를 듣고 신속히 대피하고, 인근 주민이 119에 신고해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같은 해 11월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의 효과를 톡톡히 입증해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지나간 길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겨져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2020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약 62%를 기록했다. 울산의 경우 64%로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진 부족하다.
그동안 북부소방서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021년을 ‘주택용 화재경보기 홍보 집중의 해’로 선정하고 지속적인 홍보캠페인을 추진했으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무상보급해 안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2022년에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위한 북부소방서의 노력은 계속된다. 기존 무상보급 대상을 장애인과 홀몸노인, 다문화가족 등으로 확대하여 설치하고, 문화·체육시설과 판매시설 등에서 각종 캠페인을 추진해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홍보하고 있다. 더불어 설치 편의성 향상을 위해 원스톱 지원센터를 연중 운영하고 있다.
이제 주택용 소방시설은 안전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가까운 대형마트나 인터넷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일상 속에서 친근한 존재가 되었다. 안전에 대한 변화는 작은 것부터 시작됨을 잊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을 바란다.
서정달 울산 북부소방서 염포119안전센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