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확보된 예산에서는 토지보상비가 7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복원을 하든 정비를 하든 먼저 사유지를 매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업 초기에 보상비 비중이 가장 높은 것도 어쩔 수 없다. 토지보상 대상지 99필지 가운데 이미 71필지의 매입을 완료했다. 남은 28필지 중 올해 2필지를 매입하고, 남은 26필지에 대해 물건조사와 감정평가, 보상협의 등을 진행중이다. 서둘러 부지 확보를 완료해야 한다.
문제는 부지를 확보한 다음이다. 울주군은 관아 복원을 위한 원형 고증 및 기본 계획 수립, 동·서 성벽 보수 등을 계획하고 있다. 2023년부터 27년까지 관아 등 주요시설에 대한 복원을 진행하고 성곽과 성문, 옹성도 복원할 예정이다. 주차장 조성까지 2030년에 마무리한다. 그러나 유적의 복원을 당연시할 이유는 없다. 세월을 거스른 복원으로 유적의 가치를 훼손하기 보다 발굴조사를 마무리 하고 그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 언양읍성은 일부 성벽을 복원했고 남문인 영화루를 복원해놓았다. 도심 속 비좁은 공간에 들어선 영화루는 주변환경과 조화롭다고 하기 어렵다. 관광자원으로서 눈길을 끌지도 못한다. 새로 쌓은 산뜻한 성벽이 무너진 채로 보존돼 있는 성벽에 비해 더 나을 것이 없다. 지난 1996년 10개년 계획으로 복원사업을 진행하다가 성곽을 엉터리로 복원하는 바람에 유적의 가치를 훼손하고 4년만인 1999년 중단했던 사례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원형경기장을 비롯한 로마의 수많은 유적들이 복원이 아닌 훼손된 그대로, 더이상 훼손되지 않게 보존하고 있는 것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어느 관광객도 세월의 흔적이 없는 복원된 유적지를 보러 오지는 않는다.
유적은 역사를 담은 그릇이다. 현재 언양주민들에게 읍성부지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도시와 함께, 주민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세월의 흔적을 담아냄으로써 지역주민의 자긍심이 돼야 한다. 복원이 아닌 보존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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