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영남알프스 영축산, 신불산을 다녀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도 마음껏 흡입하고, 봄이 오는 산야를 즐기기 위해서다.
양산의 지산마을을 들머리로 영축산을 향해 올랐다. 정상 아래부터는 산길 오르막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일회용 쓰레기를 집에서 준비해 간 집게로 배추망에 담으며 영축산에 도착한다. 산정에는 꼭대기 오름을 자축하는 산행객들이 기쁨을 만끽하며 사진 촬영에 열중이다. 아래 평원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고산에서 맞이하는 청량한 바람과 공기에 정신이 한결 맑아짐을 느낀다.
날씨가 흐려 시야는 많이 가려져 있고, 저 멀리 신불산도 운무에 가려 모습을 잘 알아볼 수 없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신불재로 길을 나선다. 능선길 따라 옮기는 발걸음 내내 소로에 웅크리고 앉아, 어서 나를 내 고향 재활용품 수거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소연하는 쓰레기를 하나, 둘 수거하며 발길을 재촉한다.
해발 1000m의 능선에 광활하게 펼쳐진 평원을 왼편으로 끼고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억새밭 속 원형 데크 시설이 잘 꾸며진 신불재에 도착한다. 산행객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이른 식사를 하는 쉼터를 한 바퀴 둘러본다. 난간 아래로 비닐류, 과자 포장지, 음료수병 등이 무수히 똬리를 틀고 있음을 확인하나, 나 혼자만의 능력으론 감당할 수 없어 수거는 다음으로 미루고, 가파르게 조성된 나무 울타리 난간을 따라 신불산정으로 오른다. 영축산에서 보았던, 구름에 가려졌던 시야는 이제 많이 틔었다. 산마루에서 바라보는 광활한 천지는 사면팔방 일망무제 저 멀리 가지산, 천황산, 재약산, 영축산, 고헌산과 간월산이 한 번에 시원하게 조망되고, 언양 읍내도 발아래 저만치 자리하고 있다. 1159m 정상석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트레커들이 등산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과히 인파로 붐빈다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산정의 벤치 옆으로는 역시 진달래가 만개하여 싱그러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느끼게 한다.
야외공연장처럼 휴게시설이 잘 조성된 데크 한가득, 등산인들이 편하게 자리하여 맛있게 점심을 즐기고 있다. 삼삼오오, 팀별로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고 쾌활한 웃음을 날리며 자연을 즐기는 모습과 분위기는 정말 좋고 보기에 흐뭇하다. 인파들 속에서 나도 집에서 가져온 떡, 과일과 보온병의 물로 허기짐과 갈증을 해결한다.
잠시 후, 쉼터 주변을 돌아본다. 아니나 다를까 겨울의 찬바람을 이겨내고 버틴 억새와 관목이 공생하는 공간과 휴게 데크 아래는, 영남의 알프스라는 용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도 많은 쓰레기가 버려져, 역겨움과 함께 메스꺼움을 느끼게 한다. 비닐류, 물티슈, 생수병, 술병, 은박지, 라면 용기, 담뱃갑, 일회용 컵, 캔류 등으로 쓰레기장으로 변모하였고, 이들은 오랫동안 방치·부패되어 현재 토양화가 진행 중이다. 내 배추망의 적재량과 하산 중의 수거량을 고려하여, 극히 일부만 수거하곤 간월재로 하산을 시작한다.
해발 900m의 잘록한 마루에 5만 평 규모의 우리나라 대표적 억새평원의 관문, 간월재에도 데크가 대청마루처럼 아주 넓고, 길게 자리하고 있다. 해마다 가을 축제 때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 명소다. 휴식 벤치 주변 역시 산행객이 음식물 섭취 후, 가져가지 않고 버리고 간 재활용품 쓰레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흙바닥에 웅크리고 있다. 배추망에 욱여넣을 수 있는 최대한의 양을 수거하여, 날머리인 국내 유일의 ‘산악영화제’가 열리는 ‘복합웰컴센터 사무실’에 수거한 쓰레기의 처리를 위탁하고, 집으로 향했다.
신불산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지고 방치되어 있어도 수거 인원이나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캠페인과 단속 요원은 어디도 보이지 않았다.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뿐만 아닌 전 국토의 자연환경 정화를 위해 ‘대 국민 쓰레기 안 버리기 운동, 일회용 사용 자제와 공중도덕 계몽교육’을 강화했으면 하는 나의 간절한 바람이다.
박판수 부산시 금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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