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이란 무엇인가? 국가 간의 싸움이 전쟁이다. 손자병법 시계편에서 ‘전쟁이란 국가의 큰일이며, 죽고 삶의 바탕이고 존속과 멸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손자는 전쟁이란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는 특수한 상황으로 간주하고 여기에서는 이기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보았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승자는 모든 것을 갖는 비이성의 극치이기에 거기에는 정의 따위란 없다. 한편,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서 ‘전쟁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쟁은 정치에 종속되는 것이어서 정치적 동기에서 발발하고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동원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전쟁은 일단 시작되면 폭력의 무제한성으로 처참함의 극단으로 치닫곤 했다.
20세기 접어들어 두 번의 세계대전 등으로 2억 명에 가까운 인류의 희생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제국주의 전쟁이었다. 촉발은 발칸반도의 심장부 사라예보에서 발생한 세르비아 청년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암살사건으로 일어났지만, 식민지 제국주의 다툼에 유럽 전체가 전쟁터가 되었다. 여기도 어김없이 전쟁이 시작되자 ‘식민지 쟁탈전’이라는 전쟁의 목적과 본질은 가려지고 ‘국가의 영광’이라느니 ‘위대한 조국’ 따위의 선동적 광풍이 여러 국가를 총력전으로 몰아가 유럽뿐만 아니라 이들이 차지한 식민지들을 제국주의 전쟁에 필요한 군수품 조달을 위해 더욱 가혹한 수탈에 시달리게 했다. 이 참혹한 전쟁으로 2000만 명의 희생자, 그리고 부상자는 2200만 명에 이르렀다.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 실패 등이 원인이 되어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을 중심으로 한 주축국에 의해 촉발되고, 이에 미국과 영국, 소련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이 맞서면서 1945년 일본 제국이 항복할 때까지 총 6년 동안 이어진 전쟁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21년 만에 두 번째로 일어난 세계대전으로, 현재까지 인류 역사상 최악이자 최대 규모의 전쟁으로 평가된다. 군인 전사자와 민간인 사망자는 합하면 총 7000만 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생겼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는 세계를 민주·공산의 양 진영으로 분열시켜 놓았다. 이번에도 총력전으로 번지면서 이제 전쟁은 더 이상 국가가 정치행위로 군대를 일으켜 목적 달성을 위해 시도하는 도구는 아니었다. 전쟁은 전 국민이 모두 겪게 되는 것이며, 세계대전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전 세계에 각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불과 5년 후 한반도에서 다시 끔찍한 전쟁이 일어난다. 6·25전쟁은 김일성의 통일전략에 의해 남침으로 시작되어 남한과 미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과 북한과 중국이 참전한 전쟁으로 전체 25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전쟁이었다. 전쟁을 통하여 군인이 총 90만 명이 전사하였고, 민간인 피해는 남한만 76만 명에 이르고, 북한은 1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 중 16%가 전쟁을 통해 소멸하는 대재앙을 초래했다. 그나마 세계대전으로 다시 확대되지 않은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여서 세계대전의 전 지구적 파멸성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연유일 게다.
오늘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이제 러시아에서 총력전으로 나서겠다고 한다. 21세기 문명시대에 한 세기 전과 한 치의 차이도 나지 않는 전쟁을 여러 가지 미명을 덧붙여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벌이고 있다. 주변 국가들도 사실상 참여와 연대를 하고 있다. 다만 세계대전으로 치달을까 봐 자제하고 있을 따름이다. 무모하고 안타까운 전쟁에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고 있다. 전쟁의 처참함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에 추억 따위란 없다. 그냥 참혹하고 쓰라린 기억만 있을 따름이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