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주차가 서툴러 늘 인근 고등학교 뒤편에 차를 대고 회사까지 걸어온다. 주차하는 곳 인근이 태화강변이다. 멀리 차를 대고 회사까지 걸어가면 힘들지만 도심 속 녹지와 자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을 바라보면 순간 여유가 생겨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최근 태화강변 시민의 휴식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제보가 왔다.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인근 태화강변 잔디 곳곳에 파크골프를 위한 빨간색 깃발이 꼽히고 임의로 그물망이 쳐져 시민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는 것. 남구 태화강 잔디밭에 있는 파크골프장도 최근 확장되며 태화강 곳곳에 펜스가 쳐져 산책나온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천상리 인근 잔디밭에 임의로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기존의 울주군 파크골프장이 잔디보호 차원에서 휴장되면서 파크골프협회 회원들이 임의로 점용해 파크골프 연습을 한 곳이다. 시민들의 출입도 막다보니 민원까지 발생했다.
현재 울산지역 파크골프장은 총 7곳으로 울산시와 구·군이 예산을 들여 조성했다. 그런데 이들 파크골프장은 각 구군 파크골프협회가 독점해 사용하다시피 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공공시설이지만 협회 회원이 아니면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협회에 가입하면 누구나, 언제든지 파크골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협회에 가입하는 순간 회비가 발생한다. 그것도 최소 3곳 이상에 협회비를 내야 한다. 가입한 구·군은 물론 울산시협회, 전국 파크골프연합회 등에 의무적으로 협회비를 내야 한다. 지자체가 무료로 개방한 시설이지만 협회비를 내야만 시설 이용을 할 수 있다.
파크골프장이 부족하다는 명목 하에 개발제한구역, 완충녹지, 태화강 등 울산 곳곳에 불법 파크골프 연습을 진행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울산에서 파크골프에 대한 수요는 매년 늘고 있다. 울주군파크골프협회에 가입된 인원은 약 500명이 넘으며 매년 참여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다. 수요에 맞춰 시설확장 등 대책이 필요함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무단 녹지점용 등 편법이 실행되거나 허용돼서는 안될 일이다.
노령화된 사회구조로 앞으로 파크골프장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지자체도 시설 확충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시민 휴식공간을 임의로 사용하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된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성숙한 의식도 뒤따라야 한다.
정혜윤 사회부 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