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접항 방어진의 용(龍)가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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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접항 방어진의 용(龍)가자미
  • 경상일보
  • 승인 2022.05.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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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육 울산 동구 부구청장

아주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접어에 속하는 넙치와 가자미가 많이 잡혀서 땅은 접역, 바다는 접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가자미의 본고장 방어진항은 접항이라 할 만하다. 특히 용가자미는 울산 해민들의 캐시카우(cash-cow)이다. 30여 종류의 가자미 중 울산의 주종인지라 참가자미인 셈이다. 옛날에는 포항에서 많이 잡혔는지 부산에서는 아직 포항가자미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용가자미는 1904년 정식 생물종으로 명명되어 이후 일제강점기 어류 명칭 영향을 받았다. 두 눈이 등으로 모이다 말고 한쪽 눈이 등과 배 사이에 붙어 있어 그것이 묶은 올린 머리 모양(容)으로 튀어나와 있다 해서 일본은 소우하치가레이(宗八ガレイ)라 한다. 그것을 해방 이후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용가자미가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우리 관점에서 보면 이제 용(龍)가자미가 낫겠다. 동해 용왕의 선물이고, 용추암(대왕암)이 있는 울산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이 툭 튀어나와 용 눈알 같지 않은가? 눈이 없는 쪽에는 자색선이 두 줄 있어 귀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초 방어진항 이름 유래는 그 옛날 방어가 많이 잡혀 붙여졌다 한다. 근대 들어 어항으로서의 본격적인 발전은 일제강점기 고등어 풍어 덕분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용가자미 시대이다. 오징어 어획이 많이 줄고 다른 어종들은 더 이상 믿을 바가 못 되는 형편이다. 그래서 어민들에게는 용가자미가 목돈이 되는 봉이자 용인 것이다. 국내 가자미의 20~30%, 용가자미의 70~80%가 울산에서 잡힌다. 방어진항에서는 보통 큰 저인망 어선 20여 척이 잡는데 박스에 담아 수협에서 선어 상태로 경매를 한다. 방어진 위판액 중 50% 정도가 용가자미로 작년 한해 140억원을 넘겼다. 이 상품들이 전국에 유통되어 국민생선이 되는 것이다. 작은 배로 소규모로 잡은 횟감용 용가자미, 줄가자미 활어는 횟집에 비싼 가격으로 공급된다.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울산에서 연간 생산되는 가자미를 합하면 연간 300억~400억원에 달할 거라고 한다.

가자미는 국민생선이다. 시인 백석은 나타샤 만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평안도 정주 출신인 그는 시 ‘선우사(膳友辭)’와 수필에서 ‘매끼 흰밥에 고추장, 가재미 반찬을 먹으면 누구 하나 부럽지 않다’고 예찬했다. 대동강 앞바다에서 잡힌 그가 사랑한 가자미는 무슨 종이었을까? 방송인 백종원은 용가자미가 요리할 때 냄새가 나지 않고 가격 대비 맛과 영양이 매우 풍부하다며 극찬하고 있다.

올 봄 ‘바다 인문학’을 펴낸 김준은 현지에서 먹은 가자미구이가 자신의 인생안주라고 소개했다. 회나 구이로는 용가자미가 물가자미(미주구리)보다는 여러 면에서 격이 높다. 다만 강원도와 경북에서 김치 담그듯 하는 가자미식해는 물가자미가 제격이란다. 또 쑥국에는 도다리가 원조이다. 좌광우도에 나오는 그 도다리인데, 사실 남해 문치가자미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식가들은 이시(石)가리를 많이 찾는데, 큐빅이 등에 줄줄이 박혀 있는 줄가자미이다. 더 깊고 깔끔한 해저 암반에서 어렵게 잡고 귀하기 때문에 몇 배로 비싸다. 그래도 초심자들은 용가자미 회 맛과 구별하기 어려운 편이다. 유튜버 ‘입질의 추억’에 따르면 범가자미는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귀한데 평생 한번이라도 먹어 본 사람이 드물지 싶다.

지금 세계 수산물 생산량 1위는 중국이다. 연간 일본이나 한반도의 20배에 달하는 8000~9000만t에 달한다. 중국의 인해전술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외국인 선원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양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일인당 소비는 한국이 일등이다. 우리 생선으로 모자라 수입을 하는데 노르웨이 연어와 고등어에 수천억원을 들인다. 수산물 전체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두 배에 달하며 매년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국산과 구별이 쉽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가자미까지 수입한다. 우리 용가자미를 더 많이 소비하자. 방어진항에는 골라 담을 수 있는 활어센터가 있고, 조리법을 고를 수 있는 횟집들이 즐비하다. 공동어시장에서는 반 건조된 가자미를 골라 담아 택배로 보낼 수 있다. 장마가 오기 전에 가야 한다.

김상육 울산 동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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