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의 경제옹알이(16)]저출산, 지원금보다 아이를 예뻐하는 마음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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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우의 경제옹알이(16)]저출산, 지원금보다 아이를 예뻐하는 마음을 주세요
  • 경상일보
  • 승인 2022.05.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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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사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럴 듯한 정책이야 많겠지만, 그냥 좋은 말일 뿐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몇 십 년이 지나가면 인구가 많이 줄 것이고, 인구가 줄만큼 준 이후에야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이 바뀐 것인 이탈리아에 갔을 때였다. 아이둘도 데리고 갔다. 놀라웠던 것은 이탈리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무척 귀여워해 주었다는 것이다. 동양인 아이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탈리아 말을 모르니 뭐라고 하시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말을 몰라도 알 수 있었다. 귀여워해 주고,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을. 지하철에서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바꿔주고, 상점과 숙소에 가면 사탕과 초콜릿, 쥬스, 바나나 등을 주셨다. Cute라는 영어 단어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한 사람의 블로그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와 함께 길을 건너면 운전문화가 난폭한 도시에서도, 차가 아무리 막혀도 멈추고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 블로그에 나온 내용에 의하면, 아이들이 길을 건너고 있는데 자기가 차를 천천히 움직이자 이탈리아 남자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차가 움직이면 아이들과 함께 길을 건너고 있는 엄마가 얼마나 불안하겠냐고. 나도 경험했다. 아이들과 함께 길을 건너면 차가 꼭 멈추어 준다는 것을 알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보기 힘든 동양인 아이여서 신기해서 귀여워 해줬을 수도 있다. 블로그에 나온 내용이, 내 개인적인 경험이 일반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이들을 예뻐해 주는 문화가 있지만 여전히 이탈리아는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다. 아이들을 예뻐해 주는 문화는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이들을 예뻐해 주는 문화에서 저출산에 대한 해답이 처음으로 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모인 내가 마음이 편해졌다. 그것이 핵심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혹시 불편하게 할까 걱정되었다. 식당에서 내 아이들이 떠들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봐, 유리컵을 깨서 식당 주인을 불편하게 할까봐, 차도를 건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운전자를 불편하게 할까봐, 아이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 내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이를 귀여워 해준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자,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이탈리아 식당에서 유리컵을 깼을 때 미안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많이 미안했고, 또 사과했다. 식당 주인이 괜찮다며 아이들은 원래 그런 거라고 이야기해 주어도 미안했다. 한국에서도 똑같이 미안했고, 사과를 했고, 괜찮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딘가 달랐다. 노키즈 존이 당연하게 붙어있는 식당과 카페들이 있고, 노키즈 존이 정말 하고 싶지 않으니 아이들을 잘 관리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한국과는 달랐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면, 부모가 그렇게 키우니 아이들이 버릇없는 것이라며 부모를 죄인을 만드는 한국과는 달랐다. 이탈리아에 와서 알았다. 육아가 힘든 것은 아이들이 한 잘못까지 부모가 사과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식당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왜 아이들이 떠드는 것을 내가 감수해야 하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육아경험을 혹은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아이들도 그렇게 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저출산 해법으로는 다 틀렸다. 떠드는 아이의 행동을 부모 탓으로 만들고, 그런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신경이 곤두서 있으면, 저출산 문제는 지원금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몇 십 년간 해결되기 어려울 확률이 높다. 지원금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문제고 문화의 문제다.

울산대에서 나와 석사를 한 제자는 ‘미래불확실성과 출산에 대한 관계분석’이라는 논문을 썼다. 그리고 그 논문으로 국책연구소인 노동연구원 석사급 정규직 연구원으로 취직했다. 경제학 석사를 가지고 취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장이다. 경쟁률은 몇 십 대 일을 넘어갔다. 현재까지 4개의 학술논문이 그 논문을 인용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감사원의 보고서에서도, 신문기사에서도 그 논문을 인용했다. 석사논문이 그 정도로 인용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 논문의 분석결과는 집값 상승으로 인해 미래불확실성이 커지면 출산장려금의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더 준다고 아이를 더 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내 제자의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아이들이 교통사고로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처벌을 강화했다. 그러자 한국의 운전자들은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법을 악용해 장난을 쳐서,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었다고.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차가 먼저다. 운전자가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 빨리 가려는 운전자 때문에 피해자가 되면 그건 큰 사고나 죽음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운전 문화에서는 불평의 목소리가 더 크다. 아직도 아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과거의 우리 문화가 그랬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다면,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결은 어렵다. 아이들이 길을 건너면 무조건 멈춰주는 문화가 아니라, 운전자가 빨리 가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문화에서는 부모들의 마음이 절대 편해질 수 없다. 마음이 불편한데 누가 아이를 더 낳겠는가.

이탈리아에서 인상적이었던 다른 하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있던 것이었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우리나라는 어떤지 궁금해져서 구글에 ‘고속도로 휴게소 놀이터’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자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기사가 화면을 가득 차지했다. 혹시나 해서 ‘고속도로 휴게소 어린이 놀이터’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자 겨우 2018년 5월 매송휴게소에 어린이 놀이터를 최초로 설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는 반려견보다 중요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 아득해졌던 마음이 겨우 진정되었다. 검색결과에는 덴마크 고속도로 휴게소 어린이 놀이터 사진기사가 함께 나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인상적이었던 부모는 나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저출산 해결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그 해결 방법에 아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예뻐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방법은 틀렸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생생한 경험이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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