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검수완박’이 검찰 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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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검수완박’이 검찰 개혁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2.05.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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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검찰은 수사 주재자에서 앞으로 단순한 소추기관이 된다. 2년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6대 범죄 수사권을 가졌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회는 검찰 개혁의 완결판으로 직접 수사권을 없애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법률이 공포되었다. 1년여 유예기간에 부패·경제범죄를 수사할 수 있지만 일시적인 것으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후 검찰은 직접 수사는 않고 송치사건의 동일성 범위에서 보완수사하여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판단기관인 공소청이 된다. 70여년간의 형사사법 체계가 한달 사이에 급작스럽게 바뀌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여(=‘검수완박’) 소추기관 역할만 하는 것은 어느 원로 헌법학자가 지적한 것처럼 현행 헌법이 검찰에 수사와 소추권을, 법원에 재판권을 부여하면서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주고 있음에도 치안 유지가 주 업무이고 범죄수사에서 검찰의 보조기관인 경찰에 검찰 수사권을 넘기는 것으로써 헌법의 형사사법체계에 반한다. 힘 있는 자들의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게 되어 부패범죄를 만연시키고 수사 지연 등 국민들을 피해자로 만들 우려가 있어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없다. 국회법의 안건조정위원회를 변칙 구성하여 90일간의 조정기간을 가지지 않았고 공청회 등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속칭 쪼개기 국회의 편법으로 법안 통과를 강행한 점 등은 개혁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절차상의 헌법 위반 문제를 야기한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즉 권력에 굴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의 범죄를 불편부당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검수완박’은 방향이 틀렸다. 부패·경제범죄, 공직자·선거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역량을 무력화하는 것은 사법적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정의가 바로 세워질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하였다거나 소위 대장동 게이트 등 이슈화된 사건에서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없는 것이 방증이다.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훨씬 우세한 이유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입법을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으로 합리화하는 주장은 형사절차를 통한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상의 민주주의 원리에 배치된다. 검찰 수사가 인권 보장과 적법절차에 충실하도록 감시 감독하고 수사가 잘못된 경우 검찰 조직이나 검사 개개인의 처분을 비판하고 절차에 따라 불복하는 것이 민주적 통제다. 검찰 개혁의 명분으로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헌법상의 법치주의 원리에 역행하는 처사다. 별건 수사나 먼지털이 수사로 흐르지 않도록 절차법적인 증거 제한 등의 방법으로 검찰 수사 방식과 관행을 개혁해 나가는 것이 바른 길이다.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는 선진 제국의 입법례가 아니다. 대륙법계는 물론 영미법계에서도 검사는 범위와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 중요범죄를 직접 수사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검사든 주검사든 수사에 관여하고 다른 수사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특히 권력층 등 대형 부패사건은 오히려 검사가 수사를 개시하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검사는 초기부터 수사방향을 정한다고 한다. 경찰이 피의자 구인에 나섰다가 문제가 생길 때 현장에서 검사에게 전화하기도 하고 수사기관간에 의견 충돌이 생기면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판단을 따르는 모습은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선진 제국과 달리 검사의 직접적 수사권을 제한해야 할 합당한 특수 사정이 우리에게 전혀 있지 않다. 국가 권력을 분산하여 집중을 막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헌법상 통치구조의 구성원리인 권력 분립을 수사권과 소추권의 분리에 적용하는 것은 법리나 상식에 맞지 않다. 통제와 견제의 명분으로 갑자기 사법권의 핵심인 판사의 재판권을 재판진행권과 판결권으로 분리하려 한다면 개혁이라고 하겠는가.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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