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기후변화와 식량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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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기후변화와 식량위기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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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황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지금 세계는 에너지파동과 글로벌 식량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세계 밀수출의 29%를 차지하며, 유럽의 빵공장으로 불리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작금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의 봉쇄작전에 의한 식량공급망의 마비, 거기에 미국은 식량문제를 극대화시킬 다양한 작전을 펼치고 있다. 곡물 가격의 폭등과 식량부족 현상이 계속된다면 전 지구적으로 국가사회들의 동요가 일어날 것이고, 빈곤 국가는 더더욱 감당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올해 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로 집계됐다(2014~2016년 식량가격의 평균치를 100으로 기준).

우리의 주식은 쌀이다. 쌀은 벼의 열매로, 벼를 키우기 위해서는 날씨가 중요하다. 발육에 적당한 온도와 결실기의 온도가 온대기후대인 우리나라는 벼 성장결실 조건을 충족해왔다. 그런데 최근 이삭발아 현상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삭발아란 아직 배지 않은 곡식의 이삭에서 낱알이 싹트는 일인데, 수확을 앞둔 시기에 높은 기온이 지속되고,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을 때 이삭발아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쌀 수확량 감소뿐만 아니라 저장 시 부패율 증가로 이듬해 종자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쌀 생산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농업은 날씨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농업생산은 기후변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여러 양봉농가에서 꿀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양봉협회 조사에 의하면 전국 99개 양봉농가에서 78억 마리 이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러한 꿀벌 집단 폐사는 기상조건과 병충해 발생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고 보는데, 그 중 주된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다고 했다. 겨울철 기온의 상승으로 인해 벌들이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하여 활동을 시작했는데, 온도에 민감한 벌들이 기온에 적응하지 못해 병들거나 일교차로 인해 미처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 꿀벌은 꽃가루를 옮기며 꽃의 수정을 돕기 때문에 꿀벌이 없어진다면 꽃이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식량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꿀벌은 전세계 야생식물의 90%, 식용작물 75%의 수분(가루받이)을 담당하고 있다. 인간이 먹는 100대 농작물 중 71종 작물이 꿀벌을 통해 생장한다. 그러다보니 미국, 유럽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이미 꿀벌을 보호하고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실태조사 및 대책마련 등과 더불어 살충제의 사용을 억제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질 경우 한 해에 142만 명 이상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2015년 ‘랫싯’에 실린 연구보고서 중).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되는 가장 큰 범지구적 문제는 세계 곡창지대인 여러 온대기후 지역에서의 기후변화이다. 이 지역의 기후변화는 작금의 우크라이나 사태와 더불어 곡물가격 상승을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탓인지, 세계 여러 나라들이 글로벌 식량위기에 대비한 식량안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헝가리는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또한 주요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최대 밀 수출국 중 하나인 터키도 곡물 수출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지난 1970년엔 80%를 웃돌았지만 2011년엔 44.5%로 낮아졌다. 식생활의 변화가 있지만, 곡물 중 쌀의 자급률을 보면 1990년 108%로 완전 자급률을 이루었지만(2011년에는 83.0%로 나와 있다.) 쌀을 빼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매우 낮다(밀의 자급률은 0.8%).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통계를 보면 OECD국가 가운데 곡물 자급률이 20%대인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 우리 국민의 먹거리안보를 지켜야 할 것이다. 더욱이 탄소중립 도달 목표연도인 2050년엔 지구인구가 100억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인간의 개체수가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먹거리는 에너지 분야처럼, 재생먹거리나 원자력먹거리는 없다. 대체먹거리로 거론되고 있는 곤충이나 해초류 또는 세포증식 방법으로 만든 고기를 먹게 될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스마트농장도 육성시켜야 할 것이며, 반도체공장이나 플라스틱 공장처럼 생명공학을 이용한 먹거리 생산공장이 필요한 것이다.

허황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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