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금칼럼]교육감선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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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금칼럼]교육감선거도 있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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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지방선거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어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마치 격렬한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축구경기를 보는 느낌이다. 이 격전 속에 상대적으로 시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선거가 있다. 바로 교육감선거이다. 심지어 지방선거에서 교육감도 선출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민들의 관심은 주로 시장이나 구청장 선거에 집중되어 있다. 교육감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당이 개입할 수 없어서 정당공천 과정도 없고 정당 간 경쟁도 존재하지 않는다. 언론의 주목도 낮고 보도 건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교육감은 지역의 교육분야 수장으로서 울산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교육감은 교육관련 조례안과 규칙제정, 교육기관의 설치와 이전 및 폐지, 교육과정 운영은 물론이고, 교육관련 예산집행권과 교원 및 행정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교육감이 가지고 있는 정책재량(policy discretion)의 범위는 시장보다 더 넓고 크다고 할 수 있다. 교육에 관한 대부분의 권한은 교육감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를 매우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결국 교육감이 누구인가에 따라 지역의 교육은 그 내용과 방법 면에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감선거가 중요하다. 이를 두 가지 측면에 국한시켜 살펴보자.

우선 교육감은 학생들의 학습역량을 제고시킬 책임을 지고 있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통한 인재의 양성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가장 높은 우선순위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어느 시기부터인지 학습의 상당 부분을 사교육이 차지하고 정작 공교육은 껍데기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4차 산업을 위한 인재 양성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교육 현장의 혁신과 변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아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엄청난 사교육비가 이를 증명한다. 교육감은 공교육만으로도 학생들의 학습역량을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내야 할 책임이 있다.

학교교육은 인성의 함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바로 학교이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또 친구들과 어울리며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은 학교생활의 소중한 산물이다. 특히 어린 시절에 들은 선생님의 한 마디는 이후 인생에서 각별하게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학교는 한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교육감은 학생들이 우리 역사와 사회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민주사회에 걸맞은 시민의식과 가치관을 체득할 수 있는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결국 우리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을 것인가는 교육감 선거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조금 과장하면, 미래세대의 실력과 태도 형성은 교육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울산의 공교육을 통해 학습역량을 제고하고, 우리사회에 적합한 가치관을 함양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후보는 과연 누구인지 면밀하게 평가해 보아야 한다. 특히 교육정책은 이념적 지향에 따라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인다. 이른바 보수우파 또는 진보좌파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흔히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성 중 어느 것을 강조하느냐에 의해서도 구분되는데, 보통 좌파성향은 평등성을 강조하고 우파성향은 수월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울산의 교육정책이 어떤 교육이념에 기반을 둘 것인가는 바로 시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교육감의 임기는 4년이지만 그가 담당할 교육정책의 영향은 수십년 이상 울산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받게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선거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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