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34)]어버이날과 마더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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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34)]어버이날과 마더스데이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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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규만 울산대학교 교수

지난 일요일 8일 점심 먹으러 한 식당에 들렀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스님들도 보였다. 아마도 ‘어버이날’과 ‘부처님 오신날’이 겹쳐 더욱 손님이 많은 듯했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미국의 둘째 일요일 ‘Mother’s Day’와 한국의 5월8일 ‘어버이날’이 정확히 겹쳤다. 공식적으로는 이승만 대통령이 1956년 국무회의에서 5월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고, 1973년 기념일의 의미를 확장하여 ‘어버이날’로 개칭됐다. 이날 우리는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감사를 표한다. 선물과 외식, 효도 여행을 하기도 한다. 지자체에 따라 ‘효자·효부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어머니와 모성을 기념하는 일은 문화적으로는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한국에서도 모성을 숭앙하는 전통으로 고구려 유화부인과 조선의 신사임당 등 이야기가 있지마는, 근세에 이르러 기념일로서 우리나라 어머니날은 기독교 단체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930년경 구세군에서 어머니 주일을 지키기 시작했고, 1932년에는 감리교연합회에서 5월 둘째 주일을 부모님 주일로 지킬 것을 결의했다. 미국의 기독교 전통이 한국의 유교적 효행문화에 뿌리내리면서 제도적으로 ‘어머니날’로 발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서양에서는 그리스­로마에서 중세유럽을 거쳐 영국과 미국에서 모성을 기리는 전통이 오래도록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전통은 신화시대와 기독교시대를 거쳐 세속시대에 이르러 오늘날과 같은 ‘어머니날’이 정착됐다. 그리스­로마시대에는 여신 레아(Rhea)와 키빌레(Cybele)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렸다. 레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 등 올림포스 주신들을 낳은 어머니다. 레아는 대모지신(大母地神) 키빌레와 동일시된다. 키빌레는 소아시아의 모신(母神)이며 다산의 여신으로 치유와 백성보호 임무를 수행한다.

그 다음 시대인 초기 기독교시대에는 ‘어머니 주일’(Mothering Sunday)라 하여 사순절 제4주일에 어머니를 방문하고 벌꿀케이크, 음료와 꽃을 봉양했다. 그후 영국교회에서는 이 기간에 성모 마리아를 ‘예수의 어머니’로서 기념했다. 이 ‘어머니 주일’ 풍습이 선례가 되어 신대륙 미국땅에서 두 명의 여성지도자의 노력을 통하여 교회와 일반사회에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자식들이 낳아준 어머니, 또 우리와 조금 다르게 어머니 역할(mother figures)을 해준 할머니, 외할머니, 고모, 이모, 언니, 누나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 ‘어머니날’을 주장하고 성사시킨 이들은 줄리아 하우(Julia Ward Howe)와 애너 자비스(Anna Jarvis)이다. 1870년 줄리아는 ‘어머니의 날 선언’을 발표한다. 남북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보면서 어머니들이 단결하여 전쟁을 종식시키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게 하자는 것이었다. 자식들의 무사귀환과 평화로운 가정유지를 위하여 어머니의 모성에서 ‘해피 마더스 데이’는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어머니날을 공식 기념일로 만들어낸 이는 애너 자비스이다. 아버지에 이어 1905년 어머니를 잃은 딸 애너는 어머니의 자녀사랑과 희생을 기리는 공휴일을 만들고자 필라델피아 백화점 재벌과 제휴하였고 ‘어머니날 국제협회’를 설립하고 노력했다. 마침내 1914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하는 법률에 서명했다.

그러나 시장과 자본주들은 이날을 활용하여 카드와 장신구 등 온갖 선물판매와 외식업체 매상을 올리는데 혈안이 됐다. 애너는 어머니의 날이 만들어진 숭고한 정신이 상인들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보고 분개, 후회를 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램프에서 이미 요정이 튀어나온 후였다.

한규만 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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