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비단구두와 삼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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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비단구두와 삼돌이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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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지방법원의 관할 지원들이 서울(동서남북)지방법원으로 승격되어 이름을 바꾸었다. 대한민국 최고법원에 붙인 이름표에서 보듯 서울과 중앙은 선호의 단어이고 지방은 저열한 비호감 용어가 되었다. 사람들을 서울로 보내고 말을 제주로 보냈다. 서울이 부풀어 오르자 풍선효과로 주변은 커져만 간다. 알다시피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이 없다는 이 동요는 부를 때마다 눈물이 핑 돈다. ‘서울 간 삼돌이가 편지를 보냈는데 서울에는 어여쁜 아가씨도 많지만 울산이라 큰 애기 제일 좋더라.’ 이 대중가요의 큰 애기는 삼돌이 따라 서울로 갔으리라.

서울로 몰려들어 이룩한 한강의 기적에 반하여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쇄락하여 지방소멸을 걱정할 때이다. 민족의 대동맥이라면서 경부고속도로를 닦고 고속철을 놓으면서 꿈꾼 국토균형발전은 희망고문에 가깝다. 파리와 베를린처럼 고속철 건설 후 빨대효과만 증대되고 있는 것 같다. 강원, 충청, 전라, 경상, 제주 5개 권역은 공지로 변모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교부금에 목매달 지경이다. 지방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 공무원이 주민보다 많은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학생보다 교직원이 많은 학교는 이미 수두룩하다.

지방이 소멸하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넓디 넓은 바다를 놔두고 수도권에서 아파트 평형이나 자랑하면서 차단기 설치하고 단절되어 살아가면 족할까. 50년 후에는 인구가 2500만으로 줄 판인데 수도권만 움직이고 나머지 70%의 땅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공지로 남겨도 되는 것인가. 5000년 역사의 문화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아니하면 선조들에게 무슨 면목이 있나? 균형발전은 차치하고 멸실부터 막아야 한다. 6월1일 지방선거 하면 뭐하나! 얼마 안가 없어질 지방이라면 대의기구가 무슨 소용인가.

부동산 이슈로 정권이 바뀌었으니 국민 시선은 수도권 부동산에 쏠리고 있다. 1기 신도시 용적률을 높이고 재건축과 재개발과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지어 지방에서 온 사람을 수용하는 것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사통팔달 도로와 고속철을 깔아두고 정작 한 곳에만 과밀한 고층 건물을 짓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 국토균형의 대책을 따져 물으면 대뜸 돈을 풀고 공공기관을 옮기자 한다. 공공기관을 옮기고 대책기금을 써도 지방발전은 별무신통하다.

지방에는 정주민(定住民)이 필요하다. 투기대상과 무관한 지역에 고향의 부모를 봉양할 목적의 제2의 집이나, 러시아의 다차(Дача)처럼 교외에 작은 규모의 가족들과 거주할 수 있는 제3의 집을 장려해야 한다. 빨대의 다른 한군데인 고향이거나 또는 소박한 생활터전을 지키는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많아야 한다. “지방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서울에 다녀 오겠습니다.”로 바꾸자는 소리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주택에 대한 경직된 세금의 구조이다. 부모나 가족을 위한 비투기의 목적이라면 기준을 정해 1가구 1주택에서 제외하자. 1가구 1주택이야말로 모순덩어리 아닌가. 100억짜리 아파트 한 채는 1가구 1주택인데, 부모를 위한 1억짜리 시골집이 있다고 10억짜리 아파트를 1가구 2주택이라면서 중과세를 매기는 것이 공정한가?

대동맥인 경부선과 호남선을 쌍방향으로 국가균형발전에 쓰자. 서울 간 오빠가 고향 못 가서 비단구두에 눈물을 적셔도 삼돌이와 큰 애기를 시골집에서 잘 살게 하면 된다. 쌀 한톨 안 나는 아파트의 교환가치보다 한 뼘 텃밭의 사용가치가 소중할 수도 있으니. 소박한 초가삼간의 정겨운 사람 냄새가 그립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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