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울산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4%대 후반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10월 3%대로 올라선 뒤 6개월간 3%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에는 4% 후반으로까지 뛰어 오른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전기요금 인상, 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수요 회복 등이 맞물리면서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휘발유(28.9%), 경유(43.3%), 자동차용 LPG(29.1%)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석유류 상승률은 30%를 훌쩍 넘어섰다. 최근 들어 울산지역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을 역전했고, 머지않아 경유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경윳값이 치솟으면서 화물차 운전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다 식용유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일부 창고형 할인점에서 1인당 식용유 구매 수량을 제한했고, 식용유를 많이 사용하는 호떡 장사나 치킨집의 경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일반 주부들 역시 가벼워진 지갑, 가벼워진 장바구니에 시름이 깊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후 현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사료용 곡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 서민들의 밥상에 주로 오르는 계란이나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까지 크게 치솟은 것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외식물가와 식료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짜장면, 국밥 같은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 가격이 대부분 상승했고 생필품인 라면 가격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민생경제’에 정말 빨간불이 켜졌다. 세금만 잡아먹는 소비 쿠폰, 재난지원금 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때마침 울산시가 지역 경제의 불안 요인을 해소하고자 관계기관의 대책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물가 위기 대응 민관 합동 TF’ 구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오는 18일에는 ‘물가안정 대책회의’를 열고, 대책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기 이전에 논의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적절한 정책을 최적의 시기에 시행해야 할 때다. 가벼운 장바구니를 짊어진 서민들의 어깨를 어루만져 줄 실효성 높은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석현주 정치·경제부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