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 환경활동의 변화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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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울산 환경활동의 변화가 필요할 때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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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적인 활동에 제약이 생겼고, 사회활동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변화에는 환경활동도 예외일 수 없었다. 지난 20여년 간 태화강을 중심으로 울산 곳곳에서 환경활동을 펼쳐왔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매월 정해진 환경활동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가장 컸다.

최근 코로나의 엔데믹 전환 분위기로 예전처럼 환경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환경활동 역시 조금씩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 ‘플로깅(plogging)’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삭을 줍다’는 뜻의 스웨덴어인 ‘plocka upp’과 영어 ‘jogging(달리기)’의 합성어로,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말한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되어 현재 국내에도 많이 보급이 되고 있는 활동이다. 운동을 하면서 환경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젊은 세대들의 참여도 늘고 있는 추세다.

환경활동은 작게는 도로와 공원 등 일상생활 주변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일부터 이산화탄소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거대담론까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물론 쓰레기를 줍는 행동 하나가 의미가 적거나 가치가 덜한 것은 결코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며 행하는 모든 의지와 행동에는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다. 다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판단할 때 쓰레기를 줍는 것보다 버리지 말아야 하는 확실한 행정적 규제 및 시민운동의 절실함이 아쉽다.

오염된 죽음의 강이었던 태화강이 현재 국가정원을 품은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수십 년 동안 관심을 갖고 강가에 버려진 쓰레기부터 줍던 활동들이 쌓였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태화강에서 ‘플로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환경활동의 변화를 짐작케 하고 있다.

울산에는 여전히 많은 환경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축소된 것도 사실이다. 현재 환경인의 대부분은 중년을 지나 장년층과 노년층이다. 회사 등에서 은퇴한 60대가 주축으로 여전히 활동적으로 볼 수 있지만 젊은 세대의 참여는 아주 드문 상황이다. 코로나19를 맞아 많은 제약이 생기면서 위축된 환경활동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태화강을 비롯한 울산 곳곳에서의 환경활동은 지속되어야 할 과제다. 지역 환경인들의 대부분은 자발적이며 보람과 긍지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정화활동을 비롯해 환경감시활동, 생태교란식물 퇴치, 자원 재활용, 시민 캠페인 등 울산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또 젊은 세대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활동과 앞으로 필요한 활동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환경인들이 보다 더 의욕적으로 환경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정책이 뒷받침하는 일이다. 코로나 이후 환경시민단체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울산 환경의 상징인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돌아오면서 울산은 태화강국가정원을 보유한 친환경도시로 탈바꿈했다. 국가정원 지정은 사라질 뻔했던 십리대숲, 매년 연어와 황어가 돌아오는 생태하천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사랑해 온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환경의 도시보다는 정원의 도시로 정책의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울산시의 환경 정책을 총괄하던 환경부서는 환경국과 녹지정원국으로 나눠지면서 환경보다는 조경에 치중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태화강 사랑으로 지금의 생명의 강과 국가정원 지정을 위해 함께 해 온 환경인의 한 사람으로서 섭섭함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태화강국가정원 역시 태화강의 일부분이며 생태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환경 정책의 변화는 필요해 보인다.

환경은 현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미래 환경은 환경시민단체, 지자체, 시민의 참여가 함께 이루어질 때 실현될 수 있다. 울산의 환경을 위해 각 주체들이 무엇을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한봉희 울산환경사랑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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