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허술한 선거법, 선거 민원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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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허술한 선거법, 선거 민원 부추긴다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2.05.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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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윤 사회부 기자

지난 3월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쉴 새 없이 쏟아지던 선거 독려 홍보 전화와 문자, 귀를 먹먹하게 하던 선거 연설, 유세 음악에서 당분간 벗어날 수 있겠구나 하고 안도했는데, 단 하루도 가지 않았던 것 같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불붙은 6·1 지방선거에 잠잠해지나 싶었던 휴대전화는 출마자들의 전화·문자 공세에 다시 울려대기 시작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ARS(자동응답시스템)를 이용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거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직접 전화로 지지를 요청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투표 독려’ 전화는 불법이 아니다. 이 같은 허점을 이용해 상당수 출마자는 전화에서 본인의 이름과 정당만 밝히고, 뒤에는 투표 독려 전화로 마쳐 교묘하게 선거법 위반을 피해 간다.

소음 규제도 마찬가지다. 6·1 지방선거부터 선거 소음을 줄이기 위해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적용됐다. 연설·대담용 확성장치 소음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개정법에 따르면 자동차 부착 확성장치 정격출력은 3㎾, 음압 수준 127㏈(데시벨) 및 휴대용 확성 장치 정격 출력은 30W 초과 금지다. 확성기의 소음도 150㏈까지 허용하고 확성기 출력은 30W~40㎾까지 허용하는 등으로 개정됐다.

그러나 줄어든 소음을 느끼는 시민은 드물다. 연설 소리와 유세 음악은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고, 저녁마다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여전했다.

이 정도면 개정된 공직선거법의 소음 기준도 현실성이 없다. 통상 40㏈은 생활 소음이며 70㏈부터 트럭, 지하철 소음으로 분류된다. 100㏈ 이상은 열차가 철로를 지나갈 때의 소음과 비슷한 수준, 120㏈ 이상은 비행기 소리와 비슷해 개정된 선거법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선거에서 문자나 전화, 선거 유세 등은 출마자들로선 자신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평이하면서도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해가며 선거 유세를 하는 출마자들을 좋게 보는 시민들은 드물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출마자의 선거 유세 동영상 댓글에 ‘문자와 전화를 제발 그만 좀 보내라’는 수십개의 시민들의 호소 댓글과,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소음, 문자와 전화가 지속적으로 오는 후보는 기억해 절대 뽑지 않겠다’는 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대선과 6·1지방선거, 잇따른 선거 유세에 피로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다. 맹점 가득한 선거법이 다시 개정돼 선거운동이 보다 성숙해지고 평화롭게 이뤄지기를 바란다.

정혜윤 사회부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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