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는 26일 한 퇴직 연구원이 연구기관을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못 받은 임금 차액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2심 재판부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반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노동자에게 부여된 목표수준이나 업무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연령만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일부 사업장에만 적용되던 임금피크제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것은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2016년 시행)으로 노동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늘면서다. 박근혜 정부는 ‘60세 정년’ 의무화를 앞두고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확대에 힘을 쏟았고 2015년 말에는 공공기관 전부에 도입이 완료되는 등 성과를 냈다. 또 300인 이상 기업체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이 2015년 27.2%에서 2016년 46.8%로 늘어나는 등 민간 분야에서도 빠르게 확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때문에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게 한 고령자고용법에 초점을 맞췄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은 사업주로 하여금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갖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란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노사간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 노동계에서는 현장 지침 등을 통해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개별 사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시행 방법 등을 두고 노사 간 재논의·협상 등이 봇물 터지듯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피크제는 당초 고령자 고용보장과 청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전제에서 도입됐다. 노사는 이같은 대전제를 깔고 임금피크제를 다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판결로 인한 혼란은 어떻게 보면 더 좋은 제도의 도입을 앞당기는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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