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다시 서는 지방자치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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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다시 서는 지방자치 30년
  • 경상일보
  • 승인 2022.05.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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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1995년 6월27일은 뜻깊은 선거를 치른 날이다. 실로 35여 년 만에 다시 광역, 기초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시행한 것이었다. 이른바 1기 민선 지방정부의 시작이었다. 1961년 군사혁명위원회의 포고령에 따라 전국의 지방의회가 해산되었고, 이어 공포된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은 시도지사 및 인구 15만명 이상의 시장은 국가재건최고회의의 승인을 얻어 내각이 임명하고, 기타의 자치단체장은 시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지방행정에 대한 주민참여와 주민자치의 길이 막히고 자기 기관 선임의 원칙이 배제됨으로써 독립세의 부과·징수, 재산의 소유·관리, 독자적인 예산·회계 등의 자주적 재정기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지방자치의 기능이 정지된 채 30여 년을 지나고 제6공화국에 이르러서야 지방자치의 부활 씨앗을 뿌리게 된 것이었다.

이제 다시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어언 30년이 흘렀다. 그간 적지 않은 논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임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방자치 30년의 성과에 대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방자치에 대한 필요도는 63.5%로 높았다. 행정·민원서비스 품질향상과 주민의 시민의식 제고 부문에서 긍정의 성과로 평가되는 측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한계로 지역 간 격차해소와 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수준개선과 같은 분야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간의 성과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몇 가지 이슈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방자치에 정당정치의 반영이다.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 직후에 치러지는 것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눈에 뜨이질 않고 있다. 게다가 정당별 지역구도의 해소가 미미하여 특정 정당의 간판만 내걸면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현실에 유권자의 권리는 훼손되기에 십상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역대 최대규모로 무투표 당선자가 넘쳐난다. 오늘 기준으로 지방의원 403명을 포함해 모두 509명의 당선자가 이미 생겼다. 거대 양당의 지역구도에 매몰되어 ‘주민자치’의 관점에서 ‘생활정치’ 구현으로 치러져야 할 지방선거가 부초처럼 떠다니게 하고 있다. 정말 기초의회에서라도 정당 공천이 진정 필요한지 살펴볼 일이다.

둘째는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격차 해소나 균형발전, 지역경제수준의 개선이 더딘 이유는 지역 재정난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기초단체 등의 재정자립도,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의 재정격차와 이로 인한 출산율 저하와 인구유출로 인한 지역 소멸 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국세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양해 8대 2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는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대 3 수준, 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여 지방재정 분권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이는 반쪽짜리 지방자치에서 탈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243개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50% 미만인 곳이 무려 230개에 이른다.

셋째로는 지방 교육자치와 연계되어 2007년부터 도입된 시도 교육청의 교육감 선출이다. 10여 년 동안 ‘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시행되어온 교육감 선거, 교육이 정당정치와 무슨 관련이 있겠냐는 고려에 당연히 정당 공천이 없다. 다만 진보니 보수진영이니 하는 진영 후보론에 매몰되어 선출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매번 정당정치의 영향을 받곤 한다. 본질에서 교육의 탈이데올로기화를 고려하면 직선제를 다시 생각해 볼 일이지 않나 싶다.

어쨌든 다시 지방선거다. 후보자들의 직분에 잘 맞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할 일꾼을 선출하고, 한 단계 더 발전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2027년 제9회 지방선거를 지금부터 준비해 볼 일이다.

남호수 동서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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