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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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아이들
  • 경상일보
  • 승인 2022.06.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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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혜경 병영초등학교 특수교사

“선생님! 저 메달 땄어요.”

제16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역도 종목에서 받은 빛나는 메달 3개가 아이들 목에 걸렸다.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본다.

지난해 특수학생들의 장애 특성과 능력을 고려하여 2명의 학생에게 전국장애학생체전 참가를 권유했다. 새내기 1년 차 신규교사로서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지만 이 기회가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장애 학생 운동부 지도 담당 교사가 되었다.

“어떤 운동을 하고 싶어”라는 물음에 “저 힘 세요. 무거운 물건 잘 들어요”라고 답하는 아이들에게 신체 움직임과 흥미를 고려하여 역도 종목을 추천하였다.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역도. 그렇게 아이들은 역도 종목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매주 2번씩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바로 택시를 타고 동구 전하체육센터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체육관으로 출발하기 전에 자신이 오늘 할 수 있는 무게와 연습 개수에 대한 목표를 스스로 정하도록 지도하여 훈련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였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할 때 원하는 간식을 주었다. 간식만큼 좋은 강화물은 없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목표를 정하는 자기결정력을 높이고 목표를 달성하면서 자아존중감도 향상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한 달 동안 연습을 하고 지난 5월 제16회 전국장애학생체전에 참가했다. 아이들은 큰 무대에 올라 떨리는 그 순간을 이겨내고 역기를 들었다. 작년 스쿼트 종목에서 무거운 무게의 역기를 들지 못해 아쉬운 눈물을 흘렸던 학생은 올해는 작년의 무게보다 2㎏ 더 무거운 무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결과는 작년처럼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닌 입이 귀에 걸린 미소를 보이며 무대를 내려왔다.

아이들은 눈물을 통해 성장한다. 자신의 한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연습하고 아쉬워하고 다시 도전하고 그렇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수업 시간에 장애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만들어서 “나는 못 해요”라는 말을 종종 한다. 아이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작년에 들지 못했던 무게를 수없이 연습하고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멋진 챔피언이 되었다.

3학년 여학생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5학년 남학생은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아이들에게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장애학생들이 큰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아주 대견하고 멋진 일이기에. 그래도 아이들은 다음 대회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보다 더 열심히 연습도 가고 역기를 들어 올리겠다고. 또 이렇게 아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꿈을 향해 도전한다.

장애학생체전은 참가하는 장애학생들 모두에게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비장애학생들과 통합반 선생님들에게도 특수반 학생들이 무조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며,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장애인식 개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목에 걸린 빛나는 메달처럼 장애학생들이 꿈으로 향하는 그 길이 반짝 빛났으면 좋겠다. 한계에 걸려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메달을 목에 건 그 순간을 떠올리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를. 그리고 특수학생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그런 특수교사가 되길 나는 매일 다짐한다.

임혜경 병영초등학교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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