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의 더불어나무(5)]삼남 중남초 멀구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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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의 더불어나무(5)]삼남 중남초 멀구슬나무
  • 경상일보
  • 승인 2022.06.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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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지난달 26일이다. 옛 삼남면사무소에 들렀다가 마당에서 짙은 향수 냄새를 맡게 됐다. 인근 중남초등학교에서 날아온 꽃향기였다. 중남초등학교 운동장 서쪽 끝머리에 학교 건물과 높이를 같이하는 큰 나무가 분홍빛 꽃을 잔뜩 달고 서 있었다. 이미 바닥에는 꽃잎들이 눈처럼 내려 있었다.

백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한 노거수 멀구슬나무다. 멀구슬나무과에 속하는 멀구슬나무는 봄을 끝내고 여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다. 노거수를 개화기에 때맞춰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뜻밖의 행운이다. 꽃향기는 학교 담장을 훌쩍 넘어 인도를 점령할만큼 진했다.

학교 건물 뒤편에 자리한 나무는 1.5m 높이에서 두 가지로 벌어져 있다. 가슴높이 둘레가 2.7m다. 나뭇가지는 학교 밖 인도까지 뻗어 있다. 그런데 서쪽 수피에 두꺼운 이끼가 끼어 있다. 최근에는 자람을 멈추었음을 보여준다. 잎의 개수, 크기 정도를 봐서는 생육상태가 아직은 괜찮은 것으로 판단된다.

유래를 듣기 위해 가장 오래됐다는 근처 농약방을 찾았다. 41세가 되었다고 하는 농약방 주인은 “제가 66회 졸업생입니다. 그때도 있었고 지금도 똑같이 있는 나무입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중남초등학교는 1925년 개교했다. 당시 심었다고 해도 100년 가까이 됐다. 큰 나무를 늘 바라보고 사는 아이들은 큰 나무의 기상과 늠름함을 배우지 않아도 몸으로, 눈으로 익힐 수 있게 된다.

멀구슬나무는 인도가 고향이다. 제주도 방언으로 열매가 말방울 구슬 같다고 해서, 또는 과육이 푸석푸석해 멀건 구슬이라 해서 멀구슬이라 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가로수나 정원수로 많이 쓰인다. 열매는 이뇨·하열 및 구충제로 사용한다. 꽃은 향수 재료로 사용된다. 밀원식물이며 겨울철 새들이 즐겨 찾는 나무로 유명하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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