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울산 산업계 볼모잡은 화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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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울산 산업계 볼모잡은 화물연대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2.06.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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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현주 정치·경제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서면서 울산지역 산업 현장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산업계 ‘물류 대동맥’이 멈춰 섰고,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파업 일주일 만에 지역 주력산업의 부품 공급망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전방위적인 타격이 산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8일부터 ‘완성차 공장’을 타킷으로 삼고, 울산지역 자동차 부품 납품 및 완성차 이송을 전면 중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가뜩이나 반도체난으로 시름하는 완성차를 노려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꼼수’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울산공장으로 들어가야 할 부품 납품 차량이 70%가량 급감했다. 이 여파로 8~10일 사흘간 2000여대의 손실이 발생했고, 현대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11일 주말특근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장가동은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탁송차량 운행이 중단되며 전국의 국내사업본부 소속 직원들을 울산공장에 파견해 완성차를 공장 밖으로 빼내는 작업인 ‘로드탁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파업 여파로 신차 인도가 지연될 것을 우려하며, 소비자들도 분통을 터뜨린다. 현재 국내 주요 차종의 경우 출고 대기기간은 최소 12개월이다. 이미 생산한 완성차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앞으로 고객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또 시멘트 공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방해로 시멘트 출하 및 레미콘 타설이 중단되면서 지역 건설현장도 빨간불이 켜졌다. 하루 수십대의 레미콘 차량이 오가던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차량이 사라졌고, 현장 근로자도 절반가량 줄었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이대로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예정된 공기를 맞추기 힘들다며 아우성이다. 공기연장은 수분양자들의 입주지연으로 이어진다. 분양계약자들의 주거 안정이 걸린 문제다.

일감 부족으로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아파트 분양자들은 입주지연 위기에 놓였다. 결국 피해가 애꿎은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쟁의권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기본 권리다. 하지만 대다수에게 피해를 끼치는 파업이라면 절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안과 관련이 없는 완성차, 소비자, 근로자를 볼모로 삼는 행태는 중단되길 바란다.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선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 마땅한 순서다. 또 정부 역시 미온적인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화물노동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 운송업계의 고질적인 악순환을 끊어야 할 것이다. 석현주 정치·경제부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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