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반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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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반장 선거
  • 경상일보
  • 승인 2022.06.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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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모 대송중학교 교사

국가적으로 큰 선거가 올해 두 번 있었다. 출퇴근길에 선거송이 울려퍼졌고, 곳곳에 현수막이 걸렸었다. 대통령, 시장, 구청장·군수가 결정되었고, 국민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당선인을 따르는 중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비중이 큰 행사이다.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주어지며, 국가의 미래를 내 손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선거를 학교에서는 실습으로 가르친다. 그게 반장 선거, 전교회장 선거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첫 번째 공식 투표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일 것이다. 학기 초반이라 아직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을 못 외웠기에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선거가 시작된다. 쉽게 말해서 내가 아는 후보는 ‘나와 같은 반을 해본 친구’이고, 다른 후보에 대하여 거의 모른다. 그래서 ‘아는 친구 뽑아주자’ 분위기로 흐르기 쉽다. 아직 어린 나이라서 남학생은 남학생을 뽑고, 여학생은 여학생을 뽑는 경향이 적잖게 있다. 남녀가 서로 으르렁대는 교실은 선거에서도 남녀 전쟁이 펼쳐진다.

중학교 선거에서는 공부의 비중이 매우 커진다. 후보의 자질을 검증할 때 성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우등생이 많이 당선된다. 중학교는 담임 한 명만 바라보던 초등학교와 달라서 학생들은 최소 10명의 교과선생님과 함께 지낸다. 후보 추천을 받은 학생은 선생님들과 학생들 사이의 역학 관계까지 고려하여 출마를 결정한다.

고등학교 선거는 초·중 시절보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취업, 대학 입시가 걸려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선거에 진지하게 임한다. 어느 반장이 뽑히느냐에 따라 교실 분위기가 달라지고, 나의 진로에도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급 구성원의 수요에 걸맞은 능력치의 반장과 부반장이 선출된다. ‘각 학급 반장들은 교무실 앞으로 모입니다.’라고 방송하면 공부형, 싸움형, 호사가, 마당발, 운동선수형, 비서형, 카리스마형, 미남미녀, 재력가, 담임과 같은 이름 등 다양한 반장이 서있다.

초·중·고 학생들은 선거 투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학생들은 지지여부를 떠나 결과를 수긍하고, 따른다. 내가 안 뽑았다하더라도 반장으로 선출된 이를 반장으로 인정하고, 따른다는 얘기다. 이처럼 선거를 통해 학생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한다. 다수결, 비밀 투표, 참정권, 리더십, 팔로워십을 익히면서 사회인의 자질을 갖춰나간다. 출마 학생은 개표 순간이 다가올수록 ‘능력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인맥관리도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한다.

지금 뉴스에는 선거 이후의 소식이 많이 나온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당선됐다’면서 임기 내내 반대하고, 딴지를 거는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우리 어른들이 오히려 학교 반장선거를 배워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김경모 대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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