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묵은 암각화 보존, 겨우 터놓은 물꼬까지 막아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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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해묵은 암각화 보존, 겨우 터놓은 물꼬까지 막아선 안돼
  • 경상일보
  • 승인 2022.06.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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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확보’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을 내놓았다. 유네스크 세계유산 등재가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하지만 울산시민들이 안전하고 맑은 물을 먹을 권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장만 놓고 보면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확보의 동시추진이라는 점에서 송철호 현 시장과 김두겸 당선인의 생각이 비슷해보이지만 어디에 방점이 찍혔는지를 들여다보면 추진방향이 완전 달라졌음이 분명하다.

17일 울산시장직 인수위 문화체육관광국 업무보고에서 김 당선인은 운문댐 물공급의 수량이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연댐 수위를 낮춰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송시장은 운문댐 물 공급에 대해 정부가 낙동강유역통합물관리를 통해 해결해주기로 한 것으로 간주하고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해서 수위를 낮추기로 하는 한편 물 공급량의 명시를 정부에 요청해놓고 있다. 송시장이 물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보고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데 방점을 찍은 반면, 김 당선인은 정부가 맑은 물 공급량을 명기해주지 않으면 아예 세계유산등재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연댐 수문 설치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물 확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는 최근 운문댐 물의 울산공급을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낙동강권역통합물관리’와 ‘대구­구미의 협정 체결’이 일단락됐음에도 정부가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에 대해서는 지자체끼리 협의하라고 발을 빼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게다가 최근 ‘대곡천 암각화군(반구대 계곡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 선정’ 건에 대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서 7명 전원이 ‘보류’ 결정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당선인은 무조건적으로 문화재청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암각화 보존­세계유산 등재­맑고 안전한 물 확보는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다만 시점별로 무엇에 우선순위를 둘지 전략적 결정이 중요하다. 김 당선인의 선택이 정권과 자치단체장이 바뀐 이 시점에 합당해야 할 뿐 아니라 시민들로부터 공감대도 얻어내야 한다. 막무가내식 옹고집으로 보여지면 문화재청은 물론이고 일부 시민들로부터 반발을 사게 되면서 시민들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치달을 우려도 있다.

세계유산등재는 국내절차 중 3단계에 와 있고 운문댐 물 공급이라는 큰 틀의 합의도 이뤄져 있다. 십수년 만에 겨우 물꼬가 트인 것이다. 그런데 이 물꼬를 막아버리고 다시금 원점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전략이 강할수록 섬세한 전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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