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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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가
  • 경상일보
  • 승인 2022.06.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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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얼마 전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인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낙선 직후 거물급 정치인을 만나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란 정말 어렵더군요. 정말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정치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단다. 그랬더니 껄껄 웃으시면서 “그러니까 졌지. 유권자의 마음은 얻는 것이 아니라 훔치거나 빼앗는 거네. 그런 자세로 해야 선거를 이길 수 있는 거지”라고 했단다. 과연 그런 걸까? 선거는 수단과 목적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하는 것일까?

정치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정치를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되어 있다. 과거 왕정 시대에는 왕이나 왕의 신하들이 하는 행위가 될 것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무원들 즉 정치인들이 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주인이므로 주인이 그 대리인을 선출하는 행위 자체도 정치의 일종이라고 봐야 한다. 위 정의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이라는 부분이 너무 협소하게 정치를 규정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 정치는 ‘국민이 자신이 속한 사회가 어떠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을 형성하고, 제시하며,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즉, 정치는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둘러싸고 하는 정치인이나 유권자 모두의 활동으로 봐야 한다. 아니 그 본질은 정치인의 행위가 아니라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의 행위 중심으로 봐야 한다. 정치인들은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 대표가 되고, 자신을 선택해 준 국민들의 뜻에 따라 정치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일 것이다.

이러한 정치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만들고자 하는 비전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권력욕과 명예욕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그러한 사회를 만드는 데서 희열을 느끼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어야 한다.

이러한 사람이 선출되어 정치를 담당하는 과정 즉 선거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것일까?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을 실현하고자 정치인이 되려고 하는데 국민들이 아직 그러한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그러한 속마음은 속이고 유권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주장을 내세워 당선되고 나서 속마음에 있던 정책을 실현하면 되는 것일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아는 기본적인 도덕률이 아닌가? 그런데 정치의 영역에서는 그러한 것이 허용된다는 것인가?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높은 이상을 유권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주의란 원래가 불완전한 것이다. 플라톤이 최고의 정치 시스템이라 인정한 철인정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선택한 이유는 민주주의가 최고라서가 아니라 폭군 정치라는 최악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인 이상 국민들이 선택하게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번 속여서 표를 얻어 봐야 그 표가 지속될 리가 없다. 국민들은 결코 우매하지 않다. 1907년 영국 폴리머스 시에서 축제 중 황소 무게 알아맞히기 내기를 했다고 한다. 800여 명이 참여하여 다양한 무게를 제시했는데 가장 많은 수치와 가장 적은 수치의 차이는 400㎏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러나 800명 전체의 평균은 실제 무게와 500g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후보의 입장에서는 선거에 출마한 이상 당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조건 이기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권자나 지지자 입장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길게 보고 가야 한다. 계속 이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모든 권력은 남용하고 부패한다. 두 번 이기고 한 번 지는 선거를 택해야 한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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