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영의 미술산책(69)]장우진의 변주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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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영의 미술산책(69)]장우진의 변주된 풍경
  • 경상일보
  • 승인 2022.06.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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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우진 <야음동 풍경> 디지털 프린트, 220×470cm, 2021.

시각예술가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울산 내에 상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외부 작가는 한 해 15명 정도다. 작가들의 작품은 거주하는 환경에 따라 당연히 변화한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진이나 영상매체의 경우 더욱 직접적이다. 교류전시나 행사 등으로 외부에서 작가들이 울산에 오면 공통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이 거대한 공업단지의 풍경이다. 공업도시의 이미지만 생각하다가 산과 강 바다 등의 자연환경을 보고 사뭇 놀라곤 하지만. 투어장소로 빠질 수 없는 곳은 당연 공단풍경이다.

장우진 작가는 2020년 장생포131창작스튜디오에 입주작가로 있었고, 현재는 신화예술인촌에서 창작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장생포와 신화마을의 풍경을 떠올리자면 작가가 늘 마주하는 풍경은 석유화학 공장들과 아날로그의 상징인 것 같은 그 높은 굴뚝에서 뿜어내는, 시간대에 따라 농도가 다른 하얀 연기들, 그리고 화염이다. 시내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주상복합아파트 등 높고 값비싼 신식아파트 건축현장이 보인다. 그 반대쪽 작가가 서 있는 곳은 오래된 나지막한 집들이 빼곡하게 있는 마을이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작가의 사진에는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나하나 보면 분명 그 장소에서 보이는 풍경들이 맞는데, 화면 전체를 보면 어찌 낯설기도 하고 뭔가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그의 작품이 현실을 재현하고 있지만, 화면의 재구성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작품 <야음동의 풍경>은 카메라의 눈으로 들어오는 일부의 장면만이 아닌 야음동에서 보이는 여러 각도의 풍경들이 화면에 한꺼번에 공존하는 콜라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회화작업에서는 흔히 보았을 표현기법인데, 디지털이란 매체를 통해서도 이러한 표현이 가능하다.

작가는 서울이나 타이페이 등의 도시작업에서는 인간 사회의 구조에 집중을 했다면, 울산에서의 작업은 역사를 돌아보게 되는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단순히 도시 건축을 다룰 때와는 작가의 시각이 달라졌다. 오래되고 소외된 마을의 풍경 너머로 한국이 거쳐 온 근대화의 역사,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장우진 올해의 작가 개인전은 울산문화예술회관 상설전시장에서 오는 29일까지 진행되며, 11월께 장생포 고래로131 작은미술관에서도 올해 마지막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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