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권 동부-서부로 쪼개
울산, 부산·양산 등과 묶여
수도권 의료계 반대 앞세워
복지부, 지역 의료현실 외면
市와 정치권 전략부재 지적
정부의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관련, 울산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울산권’을 상급종합병원 10개 진료권역에서 독립된 진료권역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최종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제4기 평가에서 울산대학교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울산권 분리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대정부 설득에 총력전을 펼쳐왔던 울산지역 의료계는 전국 광역시에서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울산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현실을 복지부가 철저히 외면한 결과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4기 상급종합병원 개정안’ 공고
2일 울산시와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규정 개정안’을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복지부는 기존 10개 권역을 11개 권역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울산이 원했던 ‘울산권’ 분리가 아닌 경남권을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쪼갰다. 동부권은 울산, 부산, 경남 거제·김해·밀양·양산이, 서부권에는 창원, 진주 등 동부권 4개 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설정됐다.
동부권은 전통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갖춘 대학병원급 병원이 많아 울산으로서는 진료권역 재설정으로 얻는 효과가 미미하다.
반면 서부권에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요건을 갖춘 병원이 경상대학교 병원 뿐으로, 앞으로 경쟁없이 ‘무혈입성’하게 됐다. 복지부는 경남권 내 의료 쏠림현상 등을 고려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복지부에 경남권에서 울산을 분리해 독립된 ‘울산권’ 설정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던 울산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다.
의료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부산, 경남과 경쟁을 해야하는 울산시는 충북권과 강원권, 전북권 병원보다 월등한 조건을 갖추고서도 ‘권역별 배분(안배)’이라는 불합리한 기준 때문에 탈락이라는 불이익을 받아야 했던 울산의 요구가 묵살된 것이다.
더욱이 복지부는 이같은 울산의 의견을 반영해 용역을 실시했고, 그 결과 ‘의료 생활권을 간과하고 행정구역 중심으로 진료권역을 분리한 것은 오류로, 울산을 경남권에서 분리해 별도의 권역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받은 상황이어서 이번 개정안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결국 복지부가 불이익을 우려한 수도권 의료계의 고질적인 반대에 부딪쳐 지역 의료현실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울산, 남좋은 일만 시킨 형국”
울산 의료계는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울산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부작용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는 “복지부가 울산권만 따로 분리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역 의료계가 똘똘 뭉쳐 울산주도로 진료권역 재설정이 추진됐지만, 결국 남좋은 일만 시키는 형국이 됐다”고 반발했다.
울산시와 지역정치권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울산시가 상급종합병원 없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지역내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곧, 시민 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데도 소극적으로 대응한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진료권역 재설정의 유불리를 떠나 중앙의료정책에서 울산이 고립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크다.
한편 정부가 2011년 도입한 상급종합병원 지정제도는 경증환자는 1차와 2차 의료기관으로 유도하고, 중증환자의 집중치료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울산은 울산대병원이 3기 평가에서 다른 지역 상급종합병원보다 높은 100점 이상의 점수를 받고도 ‘권역별 배분’이라는 불합리한 기준에 의해 탈락하면서 전국 광역시에서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도시가 됐다.
이에 따라 지역의료체계가 붕괴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울산대병원으로 경증환자들이 몰려 치료가 급한 중증환자의 대기시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1·2차 병·의원들은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 지역내 ‘상급종합병원 부재’에 따라 타지역 원정진료가 늘어났고 시민들의 진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