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다혈질로 변한 한국의 기후
상태바
[맹소영의 날씨이야기]다혈질로 변한 한국의 기후
  • 경상일보
  • 승인 2023.01.19 0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감정의 움직임이 빨라서 자극에 민감하고 곧 흥분되나 오래가지 아니하며, 성급하고 인내력이 부족한 기질. ‘다혈질’이란 단어의 정의이다. 요즘 날씨를 보고 있으면 다혈질이란 말이 떠오른다.

하루하루 변화하는 날씨(기상)는 마치 사람의 기분처럼 변화무쌍한게 당연하지만, 우리나라 기후는 30년 이상 축적된 평균화된 날씨가 최소 3개월이라는 계절적 기간 안에서 안정적인 패턴을 보여왔다. 우리나라는 위도상으로 북위 33도에서 43도 사이인 중위도에 위치해 4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로 계절에 따라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

3~5월 봄에는 아침저녁은 서늘하고 낮에는 따뜻한 날씨가 나타난다. 포근해진 날씨덕에 꽃도 아름답게 피어나 4월에는 슬슬 가벼운 옷차림이 등장하는 시기이다. 그러다 6~8월의 여름을 맞아서는 기온이 25~35℃까지 올라가며 더워진다. 습도가 비교적 낮은 6월은 볕이 뜨거운 불볕더위가 기승이지만, 6월 말부터 7월 말 사이 장마전선이 북상한다. 이때 내리는 장맛비는 1년 중 내리는 비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우리나라의 강수를 대표한다. 이후 8월부터 9월 사이에는 습도가 높은 무더위로 폭염의 절정에 달한다. 그러다가 9~11월 다시 기온이 내림세로 돌아서며 비가 내리는 일수가 줄어들고, 맑은 하늘 속에 일교차가 큰 날씨가 이어진다. 11월 쌀쌀해지는 날씨탓에 겨울옷을 준비하는 등 월동준비에 나선다. 영하10~영상10℃로 연중 가장 추운 겨울은(12~2월) 3일 동안 춥고 4일 동안 조금 덜 추운 삼한사온(三寒四溫)의 날씨패턴 속에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부는 날이 많다.

그런데 최근 한달간 우리는 이런 4계절을 모두 경험했다. 12월 겨울이 시작되자마자 영하 10℃ 안팎의 한겨울 추위가 나타나더니, 다시 영상 20℃ 가까이 오르내리는 봄날에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러다 제주도로는 마치 여름처럼 300㎜가 넘는 겨울폭우가 쏟아졌다. 강원도에는 60㎝가 넘는 폭설이 이어진 가운데, 도로 곳곳은 결빙 사고가 속출했고, 폭설에 고립된 시민들은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30년 동안 안정적으로 굳혀온 한국의 기후가 왜 이렇게 다혈질로 변화된 것일까? 바로, 지구온도 상승으로 초래된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제는 기존과 다른 인식변화와 사회방재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시급하다. 쪽집게처럼 꼭 맞춰야한다는 예보의 목적을 변화하는 날씨에 대처하기 위한 방재적 차원의 대처 예보로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맞다 틀리다는 관점보다 변동 가능성이 높다는 이해아래 기상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해야한다. 또한 과거 위험기상상황을 기준으로 설정된 ‘방재성능목표’를 현 상황에 맞게 재설정하고, 위험기상에 사전적으로 대처하는 중앙정부의 대책 관리 매뉴얼 또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