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절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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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절하는 사람
  • 경상일보
  • 승인 2023.01.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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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도 울산문화아카데미 원장

행사장의 단상에서 절하는 모습을 보며 ‘이건 아닌데…’하고 느낀 지 제법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토를 단 사람이 없었는지 오늘도 그랬다.

두 손을 펴 앞에 늘어뜨리고 허리 숙이는 절은 일제강점기 요배식의 자세다. 멀리 있는 일본 천황을 향해 명절이면 강제하였고, 학교에서는 아침 조례 때마다 한 자세와 똑같다. 한자로 멀 요, 절 배자를 쓰는데 마치 오늘날의 무슬림이 메카를 향해 경배하듯 일제가 식민지의 사람들에게 강요한 자세가 어떻게 다시 나왔는지 의아스럽다.

아마 정치권의 연수교육 과정에서 일제가 행하던 최고의 경배인 최경례를 떠올려 권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의 기억으로는 이런 자세를 처음 본 것이 ‘의원님’들을 통해서였으니 말이다.

세배나 의례 때 하는 큰절도 그렇다. 우리의 절은 두 손을 모아잡고, 발바닥을 위로하여 몸을 가장 낮게 하여야 하는데, 두 손을 벌리고 발은 세워 절하는 모습을 흔히 본다. 이 역시 일제의 잔재다. 일본 사무라이들은 언제라도 뛰쳐나갈 위협적인 자세로 절을 하는데 이 흔적이 아직 우리 깊숙이 남아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절이란 무엇인가? 몸을 굽혀 경의를 표하는 인사라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경의는 존경하는 뜻인데, 다시 존경은 꼭 수직관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절은 자신을 낮추어 겸손을 나타내는 마음의 발로다. 여기에 어떤 격식과 표현의 방법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 민족의 정서가 포함된 공통된 자세라면 훨씬 정감이 가지 않을까?

절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계층분화현상이 증거로 나타나는 청동기의 산물 고인돌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정치적 지배자에게 복종과 존경의 표시로 자세를 낮추는데서 절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개인에게도 사유재산이 생기고, 가족관계가 성립되면서 상속과 전수의 행위에 따른 은혜의 감정 또한 절이라는 자세를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행위는 자연환경이 인성을 만들고, 인성은 세력으로 이어지면서 고대국가가 성립될 때 절하는 자세가 그 환경에 맞게 발달하였다고 본다.

고구려의 절은 한쪽 무릎만 꿇은 모습이 벽화 등에서 보여 진다. 이의 뿌리가 한족의 호궤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지만 무시할 일이다. 조선시대에는 호궤를 억제하는 법안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는 사대모화사상의 변천과정에서 나온 일이라 여겨지기에 넘길 수 있지만, 조선시대 사극에서 이런 한쪽무릎만 꿇은 절을 보며 공부하지 않은 연출가를 생각하며 씁쓸해 하였다.

가끔 혼인주례를 서면서 예식장에서 신랑신부가 부모님께 큰절을 올릴 때 나는 꼭 말리는 부분이 있다. 양복입고 구두를 신고 하객 앞에서 맨바닥에서 하는 큰절은 매우 볼썽사나운 꼴이니 하지 말고, 그냥 ‘이제 식이 잘 끝났습니다’하는 의미로 선채로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변형이지만 의관정재하고 현고구례 때 자리를 깔고 큰절하라고 권한다.

절은 받는 사람도 받을 준비를 한 다음 받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한다고 덥석 받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기억이 있다. 정초 한 어른에게 세배 간 일이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면서 마당에 계시던 분에게 먼저 인사드렸지만 인사를 받지 않으시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의아해 하는데, 한참 뒤에 “들어오너라”하시기에 들어가니 의복을 갖추시고 앉아 절 받을 준비를 하신 것이었다.

곧 설이 다가온다. 우리의 전통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기본 바탕이 퇴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도 울산문화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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