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25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제60회 대한민국연극인의 축제 K-Theater awards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매년 ‘대한민국 연극인의 밤’이라는 행사로 개최되고 있다가 올해 60주년을 맞아 한국연극의 위상을 높이고 한류의 시대, 세계연극의 중심허브로 도약하고자 지난해부터 명칭을 바꾸고 2022년 한해를 마감하는 연극인의 축제로 개최됐다. 한국 연극의 발전을 위해 힘써 온 연극인들을 격려하는 새롭게 단장한 시상식이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장으로 연극을 함께 즐기는 소통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시상식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사에서 “K-연극이 세계연극으로 도약하기 위해 창작의지를 불태우는 전국의 연극인을 격려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모든 연극인이 자유의 정신 아래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쳐나가는 환경을 조성하고 문화매력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격려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한국연극 발전과 지역연극 균형 발전에 이바지한 오태근 제26대 전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과 2022년 제40회 대한민국연극제를 개최한 박일호 밀양시장, 연극배우인 최종원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그리고 한국연극을 루마니아에 알리고 한국 연극의 국제화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유럽 페스티벌 공동운영 위원장을 맡을 루마니아 미하이 콘스탄틴 라닌 조직위원장과 박찬영 원로 배우가 한국연극협회 공로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울산에서도 2021년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연출상을 받은 고선평 연출과, 신인상을 받은 김영춘 배우가 자랑스러운 연극인상과 젊은 연극인상을 수상했으며, 울산씨어터에술단이 ‘달빛에 젖어 잠들다’로 베스트 작품상을 받았다. 이날 여러 수상자들이 말한 수상소감 인터뷰 중에서 공로상을 받은 박찬영 부산연극협회 사무국장의 감동적인 멘트가 아직도 가슴을 울린다.
박찬영 배우는 부산 시립극단의 창단멤버 및 수석단원으로 정년퇴임을 마친 연극인이다. 그는 오직 한 곳을 바라보며 50년의 세월을 건너며 각종 연극제에서 다수의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약 15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다. 무대를 지키며 차세대 연극인들과의 격의 없는 작업을 통해 연극적 전통이 다음 세대에도 계승·발전 될 수 있도록 왕성한 현장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원로 배우이다.
그는 “연극에 첫 입문하던 때에 선배들로부터 끊임없이 들었던 메세지를 잃지 않도록 정진했다”며 “잘 하는 배우는 혼자 잘하면 되지만, 훌륭한 배우는 상대 배우를 잘 할 수 있게 협력하고 도움을 주는 배우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고 연극 작업에 임해왔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돋보이기 보다는 함께 가려했던 그의 50년에 걸친 행보에서 앙상블을 중시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더욱 돋보이며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흔히들 연극(演劇)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연극이야말로 작품을 통한 배우들의 조화, 앙상블의 예술이라 생각한다. 영화가 감독의 편집을 통해 추구하는 메시지를 극대화하고, 각종 운동 경기에서는 경기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감독이 선수를 교체하며 승리를 쟁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극은 시작과 동시에 끝날 때까지 오로지 배우들만의 몫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위해 달려간다. 개입의 여지도 없이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각자 빛을 내며 잘 하는 배우로 남아서 자유롭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깨뜨려진 앙상블은 모두를 불편하게 할 때가 있다.
상대에게 도움을 주려하는 따뜻한 마음은 앙상블의 강렬함으로 드러나, 훌륭한 배우로 남아서 오랫동안 무대 위에서 빛을 내며 관객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무대와도 같은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주·조연을 떠나 자신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앙상블이 빛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를 약속할 것이다.
전명수 울산연극협회 지회장·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