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올해의 리스크와 리스크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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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올해의 리스크와 리스크 관리
  • 경상일보
  • 승인 2023.01.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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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UNIST 교수·경영학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사중 하나인 알리안츠(Allianz)는 매년 초 ‘알리안츠 리스크 바로미터(Allianz Risk Barometer)’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리스크 관리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그 해의 가장 중요한 사업상 리스크가 무엇인지를 발표한다. 총 94개국 2712명의 리스크 관리 전문가들의 응답을 분석한 2023년 보고서는 올해의 가장 중요한 사업상 리스크로 ‘사이버 사고(Cyber incidents)’를 꼽았다. 작년 10월15일 발생했던 카카오 먹통 사태의 경험을 돌아보면 사이버 사고가 얼마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팬데믹 발생(Pandemic outbreak)’ 리스크는 2021년 2위, 2022년 4위였다가, 올해는 13위로 떨어져, 팬데믹 발생 자체에 대한 위기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사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1위인 ‘사이버 사고’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팬데믹과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고, 2위를 차지한 공급망 붕괴를 포함한 ‘기업 휴지(Business interruption)’, 3위를 차지한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변화(Macroeconomic developments)’ 또한 팬데믹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볼 수 있으니, 팬데믹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것은 아니다.

한국 전문가들의 응답만 따로 분석한 결과도 전체 결과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한국 전문가들은 ‘사이버 사고’를 3위로 꼽은 대신, ‘기업 휴지’를 1위, ‘화재, 폭발(Fire, explosion)’을 2위로 인식했다. 특히 전체 결과에서는 9위에 머문 ‘화재, 폭발’ 리스크를 한국 전문가들만 2위로 인식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인재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들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방증이지 않을까? 그 외 한국 결과의 특이한 점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나노기술 등 ‘신기술(New technologies)’의 영향에 대한 리스크 인식이 높았고(전체 14위, 한국 8위), ‘숙련된 노동력 부족(Shortage of skilled workforce)’에 대한 리스크 인식이 낮았다(전체 8위, 한국은 순위 밖)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어떤 리스크가 더 중요한지에 대한 답은 없지만, 2023년을 계획하면서 혹시 우리 사회가 어떤 중요한 리스크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는 있다.

리스크(risk)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불확실하지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원치 않는 상황을 뜻하는데, 한국어로는 위험 또는 위기 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경영학에서는 리스크를 불확실성 그 자체로 보기도 하고, 관리의 대상으로 여겨 꼭 부정적인 의미로만 보지 않는 경우도 있어, 위험(danger) 혹은 위기(crisis)로 단정지어 번역하기에는 다소 어색한 면이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좀 더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하고자 ‘리스크’라고 원어 그대로 쓰고 있지만, 위험 혹은 위기의 의미로 받아들여도 큰 무리는 없다. 리스크를 따로 분류·정의해 발생 확률을 추정하고, 발생에 따른 경제적 손실 혹은 이익을 따져보는 것은 그것을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다. 리스크 관리의 목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생 가능한 사업상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에 있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알리안츠 리포트에서 한국은 ‘기업 휴지’를 가장 중요한 사업상 리스크로 꼽았는데, 보험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기업휴지보험 계약 건수는 1458건으로 총 활동기업 625만개 중 0.02%에 불과했다. 또, 한국은행에서 지난해 말 발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출업체의 39.6%만이 환율변동 리스크를 회피(환헤지)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그 마저도 대부분이 순수출액의 20%이하에 대해서만 환헤지를 하고 있었다. 물론 지난해의 경우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것이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인해 수출업체에게는 오히려 영업외 이익을 확대시켰겠지만, 조사에 응답한 업체 중 환헤지를 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이 전무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환율변동에 대해 얼마나 둔감하고 또,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발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반대로 리스크 관리에 자신이 있다면 좀 더 공격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도 한다. 팬데믹 및 복잡한 국제정세 등에 따른 연속된 위기상황이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던 분들께도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 리스크인지 인지하고 잘 관리함으로써, 가능한 위기를 최소화하고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병기 UNIST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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