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욱칼럼]울산의 주인이 되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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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욱칼럼]울산의 주인이 되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
  • 신형욱 기자
  • 승인 2023.01.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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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욱 사회부장 겸 부국장

희망2023나눔캠페인 울산 ‘사랑의 온도탑’이 100℃를 달성했다. 3년 연속 100℃를 넘겼다. 특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란 ‘3고(高)’로 경영난과 생활고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여서 감사하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할 말이 많아진다. 올해 역시 지역 기업체의 공헌도가 절대적이다. 지난 19일 나눔목표액 69억4000만원 달성 기준, 기업의 기부액 비중이 70%다. 이전 10여일 전까지만 해도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였지만 행정 등의 협조 요청이 통한 것이다.

기업이나 단체 위주 울산의 기부문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측면에서는 반길 일이다. 하지만 개인 기부의 비율이 20%에 불과하다는 점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5년 전 26.3%였던 개인기부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개인기부액의 70% 이상이 기업체 임원 등임을 감안하면 실제 기업 의존도는 더욱 커진다. 자발적이고 순수성이 높은 개인 기부액은 5%대(4억원)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기업이 없으면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돌볼 여유도 없는 울산이라 해도 반박이 쉽지 않을 듯하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지역별 일·생활 균형 지수’에서 울산은 100점 만점에 47.3점이다. 경북과 공동 16위로 전국 꼴찌다. 울산은 일·생활·제도·지자체 관심도 등 4개 영역 가운데 특히 관련조례 유무, 제도확산 노력, 담당조직 유무, 일·생활균형 관련 교육·컨설팅, 가족문화관련시설 현황 등을 체크하는 ‘지자체 관심도’는 22.8점 만점에 4.6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이 알아서 일·생활 균형 조치를 취하라는 모양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주요 결과 및 최근 3년간 동향’ 보고서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보고서에서 울산시민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6.55점이다. 전국 7위지만 2020년 7.07점에서 3년 연속 하락했다.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일자리의 지속적 감소와 대외 활동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회적 관계망이 잘 형성된 경남과 부산이 3년 연속 점수가 상승하며 전국 1, 2위를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제조업 중심 울산은 부자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공업화 초기 팔도민들은 돈벌이를 위해 울산으로 몰려들었다.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IMF 사태를 거치고, 제조업의 성장성이 확연히 꺾이면서 위기가 감지됐다. 노사갈등과 생산성 저하, 미래 먹거리 확보의 부재, 기업연구소와 기업 자본의 이탈 등은 울산의 근간을 흔들었다.

울산은 상전벽해의 모범적인 생태환경 산업도시의 발전사를 써내려 왔다고 자부하지만 환경문제와 노사갈등이 상존하는 산업도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외부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 듯하다. 울산사람들도 지역 주체로서 울산의 구성원이라기 보다는 울산에 있는 기업체 소속이란 인식이 더 강해 보인다고 하면 지나친 논리비약이 될까?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올해 시행된 ‘고향사랑기부금법 제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기부 경험자를 대상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대한 기부 희망 지역 비율을 산출한 결과 울산에 기부하겠다는 비율이 0.5%로 최하위라고 밝혔다. 예측에도 못미치는 실적이다.

계묘년 새해 울산의 리더들은 한목소리로 “울산을 위기”로 진단하고 “인구유출 방지와 인구유입 여건조성 등 인구관리 대책 마련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리더는 “지방 스스로 일어서는 것이 지방시대”라고 현실을 냉혹하게 진단한 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통합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방의 전 주체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주만족도 향상은 물론이고 인구 유입이나 고향사랑도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된다. 지역애(愛)는 지역발전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지역발전의 주체가 되기 위한 시민 개개인의 노력과 울산사랑 의식 제고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의 상호작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한 해다.

신형욱 사회부장 겸 부국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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