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이 군립병원 설립에 본격 나섰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온양읍에 있는 보람요양병원을 매입해 군립병원으로 개조, 내년 하반기에 개원하겠다”면서 “출생부터 노후까지 전 세대를 케어하는 메디컬센터 조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의료취약지로 꼽히는 울주 남부권에 군립병원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이 군수의 공약이다.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은 공약임에도 이 군수는 취임한지 불과 반년여 만에 현실성과 구체성을 갖춘 계획안을 내놓았다.
이날 이 군수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병원의 규모는 40~80 병상이다.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규모다. 핵심기능은 응급실과 4~6개과의 특화된 외래진료, 건강검진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고령인구를 위한 포괄적 건강서비스와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건강관리 의료서비스도 제공한다. 향후 운영계획 수립과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거쳐 공공산후조리원, 요양원, 신장투석실, 스마트헬스케어센터, 장례식장 등 특화기능과 수익기능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운영은 종합병원에 위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계획대로라면 병원급 의료시설 하나 없는 울주 남부권이 내년 하반기엔 의료취약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군립병원이 이처럼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온양 보람요양병원을 매입, 리모델링하겠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신축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고 개원 시기도 확연히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오래 전부터 지역사회 내에서 논의가 돼 왔던 일이라 새로운 묘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아직은 보람요양병원측과 매매 관련 협의가 된 것도 아니다. 다만 보람요양병원 측도 지역 의료현실을 감안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온양·온산·서생을 아울러 인구 6만여명에 이르는 울주 남부권에는 응급의료시설을 갖춘 병원급이 하나도 없다. 현실적으로 군립병원 설립이 아니고는 달리 대안이 없는 셈이다. 민간병원으로서는 재정과 의료진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도저히 응급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 문제는 군립병원이라고 해서 민간병원이 겪는 어려움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의료진 수급이나 재정 충당은 물론이고 환자 유치나 의료수준 유지 등 어느 하나도 쉬운 일이 없다. 고스란히 군정의 부담으로 작용할 게 뻔 하다.
울주군은 병상수와 진료과, 운영 인력 등에 대한 세부 운영계획을 오는 6월까지 수립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일이야말로 ‘천천히 서둘러야’한다. 주민들의 염원을 받들자면 개원은 빠를 수록 좋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군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진 수급 등 운영상의 애로는 물론이고 군정의 균형까지 고려한 치밀한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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