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올해 울산지역 의료계 3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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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올해 울산지역 의료계 3題
  • 경상일보
  • 승인 2023.02.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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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2023년이 되었다. 어느 해든 특별한 일들이 없었겠느냐만, 지난해 역시 다른 어느 해 못지 않게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었고 올해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올해 울산 의료계 전체에 해당될만한 일들을 3가지 정도로 묶어서 정리해봤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

작년 일들을 잠시 복기해보자. 수년간의 유행 중 가장 확산됐던 시기는 지난해 3, 4월이었고, 이후 규모는 작았지만 가을 및 겨울 유행이 한번씩 더 왔었다. 다행인건 우리나라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았고 또 유행하고 있는 변이종류가 기존보다 전염력은 높지만 치사율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였다는 것이다. 덕분에 정말 담당 공무원분들과 병원 인력들은 특히 3~4월에 쓰러지기 직전까지 고생했지만, 피해는 생각보다 작았다. 만약 델타변이가 이렇게 돌았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울산시내 종합병원들이 전부 시와 협의해 음압병상을 만들었고,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은 마지막까지 국가지정 음압병상, 코로나 중등증 병상을 유지하다가 10월이 넘어 해제했다. 현재는 환자수가 현저히 줄었고 마스크 의무 역시 해제되었다. 코로나19는 사실상 풍토병 성격의 질환이 된 듯 하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위한 준비다. 지난해처럼 인력을 쥐어짜 막아내는 방식은 또다시 하기 힘들다. 기존병원들 외에도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한데, 이게 지금 쉽지 않아 보인다. 공공병원에서 그 역할을 맡아줄 수 있을지 기대해봤지만 현재 상황은 불투명해 보인다.

표류 중인 공공병원 계획들

산재공공병원이 예타면제를 받은지 3년이 넘었고, 울산의료원 설립과 관련된 이야기도 그 즈음해서 같이 나왔다. 이후 수차례 착공준비 및 운영시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 설계가 완료됐는지도 잘 모르겠다. 울산의료원은 설립여부 자체가 흔들리는 느낌도 있다. 필자는 지난해 10월 본지 칼럼을 통해 국비가 들어가는 전국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들이 처음 추진부터 설계까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적은 바 있는데, 짧게 요약하면 그 병원들 중 어느 곳도 처음 계획 및 예상한 기간 안에 만들어지지 못했고 계속 수정이 되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울산의 공공병원 계획들도 그런 과정들을 겪지 않을까 예상이 되고 어찌보면 그게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로만 미뤄보면 일반적인 병원과 특별히 다른게 없기 때문이다. 지역요구가 좀더 반영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런 병원 네다섯개 더 생기는 것보다 특수한 질환을 다룰 수 있는 병원 하나가 더 필요하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게다가 앞으로 5년내 수도권에만 대형병원 및 대학병원 분원 5개소가 개원 예정이고 병상수를 합치면 3000~5000병상 가량인데 이에 필요한 인력들은 수도권 자체에서 다 충당이 안 될 것으로 보이고 자연스럽게 지방의 의료인력들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의료진 수급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에, 만약 제 역할과 규모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는 공공병원이 생긴다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많다.

울산대 의대 교육과정 개편

지역에 하나 있는 유일한 의대인 울산대학교 의대는 얼마 전,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과정(총 6년 중 처음 1년은 울산, 나머지 5년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을 4년은 울산에서, 마지막 2년을 서울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바꿀 예정이라 발표했다. 지금까지 울산대 의대는 지역 의대임에도 의료인력의 울산 지역 배출과는 거리가 있었는데 기조를 바꾸려는 듯하다. 그 실효성과 의대 자체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순수하게 지역 입장에서만 본다면 좋은 일에 가깝다. 앞서 말했듯 5년내 수도권에 생기는 대학병원 분원들은 필요한 인력을 지방에서 충당하려 할 가능성이 높기에 울산에 있는 모든 병원들도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력 유출에 대비를 해야 하는데, 울산대 의대의 교육과정 전환은 어떻게든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해도 여전히 울산 의료계에는 숙제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약한 중환자 의료 강화도 그 중 하나고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도 현재 중환자실 확장을 계획 중이다. 사실 한 두 개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노력해가다보면 내년 이맘때는 올해보다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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