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누가 현명하지 못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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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누가 현명하지 못한가
  • 경상일보
  • 승인 2023.02.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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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준 변호사 제55대 부산지검 검사장

지난해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침범한 사건이 있었다. 추적은 했으나 타격에 실패했다면 심각한 일이다. 수년전에도 몇차례 북한 무인기가 넘어온 일이 있었다. 새로운 위협에 대비하는 적극적 무기체계를 갖추고 소형무인기를 도입한다고 한다. 안티드론 기술도 공개되었다. 그 동안의 평화무드 때문이겠지만 방공 작전의 훈련 및 의지 부족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얼마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자폭 드론까지 등장했다. 예측과 대비에 관한 현명한 판단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죽기 전에 한번은 유대인을 만나라>는 책에 보면 마하트마 간디가 2차 대전이 한창이었을 무렵 영국인에게 쓴 공개서한에 ‘영국인이 갖고 있는 무기는 인류를 구하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으므로 내려놓으라’고 충고한 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영국인들이 간디의 조언을 따랐다면 나치는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굴복시키고 모든 유대인을 학살한 뒤 세계를 지배하였을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좋은 의도였지만 간디는 자기 말에 대한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였으므로 현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일을 하다가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면 사전 예측과 대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고가 일어나거나 실수가 생기면 뒤늦게 ‘좀 더 철저히 준비하고 조심했더라면’ 또는 ‘다른 선택을 하였더라면’ 또는 ‘현명하게 처신했더라면’이라고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조심한다고 해서 또는 현명하게 처신했다고 해서 모두 회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 예측과 대비는 매우 중요하다. 사고나 실수를 막는 방법은 가능한 상황을 예측해 대비책을 꼼꼼하게 세우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비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 인간사다. 건강관리를 잘 해도 불의의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선의를 베푸는 사람도 불행을 겪게 되며 가까운 사람에게 금전적 사기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 연설에 보면 점을 연결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래의 점은 연결하기 쉽지 않지만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면 점을 어떻게 연결할 지, 그리고 어떻게 점이 연결되어 있는 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미래 예측과 그에 대한 대비를 현명하게 하는 일은 어렵다는 뜻이다.

사고나 위험 또는 미래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은 최대 한도로 발생할 위험과 경우의 수를 예측해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미래에 대해 대체로 낙관하면서 낙관이 현실로 되기를 바라는 성향을 갖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비한 사람이나 대비하지 않은 사람이나 동일한 결과를 얻기도 하고 심지어 낙관한 사람은 좋은 결과를 얻고 철저히 대비한 사람이 얻은 결과가 좋지 않는 경우도 있다. 흥망성쇠는 매우 복잡다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고나 위험을 예측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실수를 줄이고 성공의 확률을 높인다. 사전 준비나 예측이 소홀하면 사건이나 사고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인간사가 얼마나 운명에 좌우되는지에 관한 재미있는 비유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온다. ‘운명은 자기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곳에서 그 위력을 드러내며 운명을 막기 위한 제방이나 둑이 마련되지 않는 곳에 집중해서 덮친다’고 했다. 예측을 하고 대비 태세를 갖추면 사고나 위험의 확률이 줄어든다. 운명의 여신이 비집고 들어올 틈새가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일을 해 나가면서 예상되는 사고와 위험의 요인을 분석하고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다. 한치의 오차가 허용될 수 없는 국가 안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박기준 변호사 제55대 부산지검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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